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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율 Jul 15. 2023

제발 수족관에서 꺼내줘!

예민한 사람의 장마

예민한 사람들은 장마가 시작되면 상상이상으로 정신이 산란해지고 짜증이 많아진다. 촉각이 예민해서 몸이 끈적한 걸 못 견디고, 후각이 예민해서 평소 맡지 못했던 온갖 냄새들이 세포단위로 들어와 매 순간마다 다른 냄새를 맡는다(후각은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고 하지만 예민이에게는 어림없다.). 미각이 예민해서 조금이라도 내 상상과 맛이 다르면 입맛이 뚝 떨어지고(평소에도 입맛이 없다.), 시각은? 보통사람들도 그렇겠지만 하루종일 비가 쏟아져 시야를 가리니 정신이 매우 사납다. 문제는 청각인데, 집안에 있어도 창 밖에서 들리는, 벽을 타고 흐르는 빗소리가 귀 속에 박힌다. 나 같은 경우 동시에 3가지 소리가 나면 굉장히 괴로운데, 평소에도 tv가 틀려있는 상황에 아들과 남편이 동시에 말을 하면 이명이 들리고 청력을 잃는 기분이 든다. 근데 거기에 빗소리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난장판. 배경음처럼 후두둑 거리는 빗소리가 귀에 박혀있는 와중에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까지는 괜찮다. 평소에도 tv나 음악은 자주 틀어놓으니까. 그런데 거기에 남편 목소리까지 더해지면 두통과 함께 어지러움, 멀미, 식은땀이 동반된다. 오늘처럼 장대비가 하루종일 쏟아지는 날,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신발을 벗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기절해 버린다. 예전에는 아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같이 놀자며 5분마다 찾아왔는데 오늘은 어째 한 시간은 내버려 둬 준 덕분에 휴식을 취한 후 정신을 차리고 다시 육아에 돌입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아들도 예민한 아이라는 것. 오늘 평소보다 작은 소리로 음악을 듣는데도 "엄마, 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아픈데?" 하며 볼륨을 낮춰달라고 했다. 다누가 어려서부터 비만 오면 그렇게 성질을 내고, 투정을 부리고, 화가 많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는 걸 새삼 또 깨닫는다. 태명이 화창이라 그런 줄만 알았는데. 예민한 친구들끼리 서로 이해하며 잘 살아봐야지. 그나저나 여름 내내 비 온다는데 예민이들 다 말려 죽..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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