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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Oct 26. 2023

02 글쓰기는 아무나 한다

“저는 글쓰기가 처음인데요, 저같은 사람이 글을 써도 되나요?”


수강하던 글쓰기 강의에서 늘 나오던 질문이다. 글 쓸 자격이라... 그런 건 없다. 일기도 글인데 우린 어릴 때 일기를 지겹도록 썼으니 말이다. 우리가 무슨 자격이란게 있어 초등학교 시절 내내 일기를 썼겠는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들이 보는 글을 쓸 때면 자꾸 자격을 따진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글쓰기 초짜가 과연 글다운 글을 쓸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을 다르게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또다른 걱정인 다른 이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마음도.




나도 처음 블로그를 할 때 그런 마음이었다. 자격을 따지진 않았지만 엉성한 글을 포스팅한다는 것이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었다. 발행을 할까말까 수없이 고민하다 발행 버튼을 누르면 그때부터는 조바심이 난다. 뭐라하는 사람 아무도 없지만 괜히 그렇게 된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본다생각하니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글쓰기 실력이 하루 아침에 느는 것이 아니다보니 이런 엉망인 글을 계속 써도 되나 고민만 하며 다음 글을 쓰지 못하는 것. 이럴 때 특효약은 바로 ‘자신감’인데 내 속을 아무리 뒤져도 자신감이란 녀석을 찾을 수 없었다. 지하실까지 뚫고 내려간 자신감을 혼자서는 끌어올릴 재간이 없어 가족의 힘을 빌렸다. 포스팅한 글의 링크를 보내고 속사정이 이만저만하니 잘쓴 점과 고칠 점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물론 이 과정 또한 쉽지 않았으나 민망함을 꾹꾹 눌러 견뎠다. 


가족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우리 딸이 요즘 책을 많이 읽더니 글도 잘 쓰네!”

“우와 대박! 언제 이렇게 실력이 늘었대~”

“언니, 글 잘 썼네. 두 번째 문단 도입 부분이 조금 어색한데 거기만 손보면 완벽할 것 같아.”


엄마의 무조건적인 응원, 언니의 호들갑섞인 칭찬, 동생의 조심스러운 의견제시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아니, 실은 조금 우쭐한 마음까지 생겼다. 


가 생각보다 글을 잘 쓰나보네?’


그 뒤로도 한동안 나는 글을 쓸 때마다 가족들에게 링크를 보냈다. 딴소리하지말고 칭찬과 응원만 듬뿍 되돌려 보내라는 암묵적인 요구를 포함한 링크다. 이 방법은 내게 퍽 효과를 발휘하여 자신감이 조금씩 쌓였고, 꾸준히 글을 쓰게 만들었다. 얼마 전 그 어렵다는 브런치 작가되기에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가족들의 사랑이 차곡차곡 쌓아준 자신감 덕분이다.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다. 그 어떤 자격도 필요치 않은 영역이 바로 글쓰기다. 다만 나처럼 자신감이 부족해 글쓰기가 어렵다면 가족 찬스를 활용해보자. 무례하지도, 날 선 비판도 없는 다정함이 섞인 자신감 한 숟가락 받아먹을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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