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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Oct 27. 2023

03 글 한 편 쓰는데 걸린 시간 3박 4일

깜빡깜빡.


커서가 깜빡이는 하얀 바탕의 모니터를 바라보기만 한 지 30분째. 입력된 글자는 0개.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이 소용돌이치는 것 같은데 막상 쓰려고하면서 머리가 굳는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멍하니 있게 된다. 도대체 나는 왜 한 글자도 입력할 수가 없는걸까. 


야심차게 1일 1포스팅을 하겠노라 큰소리쳤는데 이래가지고선 1일 1포스팅은커녕 1주일에 겨우 하나 올릴 처지다.


“저 한 시간째 아무것도 못 쓰고 있어요. 오늘 안으로 글 하나 완성하긴 할 수 있을까요.”


블로그를 통해 꿈을 펼치고자 모인 단톡방에 푸념인지 하소연인지 모를 말들을 늘어놓는다.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없지만.


“쉬즈님은 포스팅 하나 하는 데 시간 얼마나 걸리세요?” 


1000자 정도 포스팅 하나 하는데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노마드쉬즈님의 말은 나를 더욱 낙담하게 했다. 괜히 물어봤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노마드쉬즈님은 이미 일년 넘게 포스팅을 해 온 글쓰기 경력자라는 사실. 

그에 비해 나는 어떤가. 글 10개도 안 써본 햇병아리에 불과하다. 


그런 내가 1500자 분량의 글을 어떻게 후다닥 쓰겠는가. 저만치 앞서 있는 노마드쉬즈님과 나를 단순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데 그땐 준비, 땅! 하면 앞선 이와 나란히 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보다.


글쓰기는 교육 과정에 중요하지 않았던 시대에 자란 내가, 살면서 내 생각을 정리해서 쓰는 행위를 몇 번이나 해보았을까. 글쓰기는 분명 낯설고 그래서 어려운 작업이다. 


블로그에는 책 리뷰를 쓰겠노라, 포스팅 하나 당 1500자를 채울거다, 1일 1포스팅을 할거다 이런 거창한 목표를 세웠는데 너무 야무졌던 모양이다. 책 읽기도 익숙치 않아서 한 권 끝내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리던 내가 글쓰기까지 하겠다고 덤볐으니...


좌절과 낙담과 스스로 하는 격려를 수없이 오가면서 어찌어찌 글 한 편을 완성해보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비록 3일이나 걸렸지만 포기하지 않은 나를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자신감이 도파민처럼 뿜어져나오고 다른 글도 얼마든지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넘치는 자신감과 달리 그 뒤로도 글 한편 완성하는데는 역시 여러 날이 걸렸지만. 

그래도 그렇게 무모하게 시작한 덕에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서 걸음마를 걷기까지 수 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너무 조급해하지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처음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지 일단 완성해서 글쓰기 문턱을 넘어보는 것이다. 한 편을 완성하고 나면 그 성취감을 디딤돌 삼아 다음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는 횟수와 반비례해서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니 시작했다면 반드시 완성하자. 

내 글에 마침표를 찍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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