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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Oct 29. 2023

재택근무지만 카페에서 일합니다.

‘어? 투썸이 들어오네.’



한동안 방치되어있던 곳이 공사를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투썸플레이스 간판을 달았다. 집에서 투썸플레이스까지는 고작 3분 거리지만 생긴 지 한참 후에야 발을 들여놓았다. 천정은 높고 매장은 넓었으며 따뜻한 느낌을 주는 색의 조명이 환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괜찮은걸.’



그 뒤로 나는 투썸플레이스로 출근 아닌 출근을 했다. 오전에는 서너 테이블 정도의 손님 밖에 없어서 조용하기까지 하다. 일하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집에는 나뿐이지만 집이라는 공간에서 일하기는 영 쉽지 않다. 재택근무여도 9시부터는 업무를 시작해야하는데 눈에 보이는 집안일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어 마음이 불편하다. 무엇보다 한 공간에서 한 곳을 바라보며 매일 8시간 넘게 일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힘이 들었다. 답답하고 머리는 멍해지는 것 같은 느낌에 집중력이 점점 떨어진다. 



환경을 바꾸면 나아질까 싶어 15분 거리의 스타벅스에 가보았다. 2층 창가는 통유리를 통해 바깥이 훤히 보이고 하늘을 가리지도 않는다. 단순 반복 업무가 지루할 때면 고개를 들어 시선을 유리 너머로 돌린다.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며 지나가는 구름, 그 사이로 보이는 비행기, 파란불이 켜지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많은 사람들.... 여기도 분명 실내인데 이 곳에 있으면 집에서 느꼈던 답답함이 없다. 이상하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좁고 꽉 막힌 공간에 오래 있으면 불편해진다는 건 알았다. 트여 있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야 편하다. 천정이 높아야 내리눌리는 느낌이 없어 좋다. 그래서 집을, 내 방을 자꾸 나서게 된다. 



주로 스타벅스를 가지만 그마저도 변화가 필요할 땐 자동차로 20분 거리의 폴바셋엘 간다. 폴바셋 2층도 통유리로 되어있는데 매장이 약간 외곽에 있어서 주위에 고층건물이 없기에 시야가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다. 이렇게 카페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마침 집에서 3분 거리에 투썸플레이스가 생겨버린 것이다. 그것도 내가 일하기에 꽤 괜찮은 환경으로. 



어느 날 건축가 유현준님 책 <어디서 살것인가>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다. 



“우리 중 누구도 ‘우울한데 엘리베이터나 타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하늘을 보고 햇볕을 받으며 골목길을 걸으면 기분 좋지만 답답한 상자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경험은 유쾌하지 않다.”



내 불편함의 원인이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답답했고, 사람들이 주말이면 밀리는 것을 감수하며 서울 바깥으로 나가는거구나.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남편도 나도 업무가 많아 일을 해야한다. 드라이브도 할 겸 인천 끝자락 영종도에 있는 호텔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일하기로 했다. 카페는 식당에서 왼쪽으로 돌면 출입문 없이 열린 공간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천정이 높고 한 면이 전부 통유리다. 맑은 하늘 아래 유리 너머로는 널따란 잔디밭이 펼쳐져있다. 



‘눈이 호강하네.’



도시에서 보기 힘든 이 장면을 놓칠세라 사진부터 찍는다. 일을 해야하지만 기분은 더없이 좋다. 



잔디밭에는 서너 살 정도의 아이들 여럿이 걸음마인지 뜀박질인지 모를 발걸음을 열심히 떼고 있었다. 다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며 소란스러움이 폐가 되진 않을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장면이다. 



‘아가야, 너도 집에서 많이 답답했지? 오늘은 맘껏 뛰어놀으렴.’



이렇게 근사한 곳으로 매일 출근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내일은 여느 날처럼 투썸플레이스로 출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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