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미 Oct 31. 2023

새해 계획 아니고 연말 계획



“보내주신 ‘신사의 노트’ 잘 쓰고 있어요. 이건 제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소중한 글벗이 책이 담길 만한 크기의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두어 주 전 글벗과 글쓰기 실력을 어떻게 늘이면 좋을지 이야기나누다 필사를 해보자는데까지 이르렀다. 필사용 책은 글벗이 추천해주었고 나는 글벗에게 노트를 한 권 보냈다. 필기감 좋고 만년필과 궁합이 잘 맞는 ‘신사의 노트’다.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으니 온라인으로 주문해보냈고 잘 쓰겠다는 인사까지 받았는데 글쓰기 오프모임 때 답례품을 챙겨온 것이다.



종이 가방 안에는 표지에 영어로 Miracle Diary이라 적혀있는 도톰한 노트와 삼색 펜, 다이어리 꾸미는데 쓸 스티커 서너 장까지 알찬 구성품이 들어있었다. 다정한 성품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세심할 줄이야.



Miracle Diary는 일반 다이어리와 다르다는 말에 꺼내어 펼쳐보니 다르긴 달랐다. 칸도 많고 적어야할 것도 많아보였다. Affimation, visualization, 1 goal, book, time…



‘이건 대체 어떻게 쓰는거지. 왜 죄다 영어로 써있는거야.’



다이어리를 잘 쓰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해보였다. 어려워하는 표정이 드러났는지 다이어리 쓰는 방법을 소개하는 유튜브 링크를 보내준단다. 정성가득한 선물을 소중히 받아들고 돌아왔지만 이미 쓰고있는 주간 다이어리가 있어 내년에나 쓸 생각에 책상 한 켠에 놓아두었다. 그런데 마침 오늘이 10월 끝자락이란 생각이 스치며 흐트러졌던 생활도 다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마당에 이 긍정의 신호를 잡아줄 무언가가 있어야할 것 같았다.



‘저 다이어리를 써봐?’



다이어리 내지가 3개월 분량이니 오늘부터 기록을 시작하면 11월, 12월 그리고 2024년 1월까지 쓰게 된다. 연말부터 새해에 걸쳐서 쓰는 셈이다.



연말과 새해를 나누는 대신 연결짓는 건 꽤 괜찮은 방법이다. 특히 나처럼 작심삼일을 수도없이 되풀이하는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내일부터 해야지’ 대신에 ‘바로 지금’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고하면 오늘은 실컷 먹겠다는 속셈이다. 마찬가지로 이러저러한 계획을 실행하는 날짜가 내년부터라고하면 직전까지는 빈둥거려도 된다고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이 3개월짜리 다이어리가 나에겐 꽤나 시기 적절하고 유용하다. 연말이라는 들뜬 분위기에 휩싸여 느슨해지지 않을 수 있고 실행은 빠를수록 좋으니까.




예쁘지않은 손글씨지만 새 다이어리인만큼 정성껏 써본다. 다이어리를 쓰기 전 유튜브로 작성방법을 배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 목표를 시각화해서 쓰라고?’



이 다이어리는 목표를 구체화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란 걸 쓰면서 알게 됐다. 그리고 글벗은 글쓰기 강사되기라는 내 목표를 알고 있다.



‘그래서 고른건가…’



글벗의 고운 마음씀씀이가 새삼 고맙다. 덕분에 오늘부터 작심할 수 있었으니. 나의 작심이 언제 무너질지는 모르지만 이번엔 목표를 끊임없이 되새기게 해주는 다이어리 덕에 조금은 더 오래갈 듯 싶다.



2024년 1월에 내가 새 Miracle Diary를 사고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재택근무지만 카페에서 일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