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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Nov 20. 2023

나도 멋진 글을 쓰고 싶다

혼자 먹는 밥상일수록 예뻤으면 좋겠다.


이 문장은 이정훈님의 <쓰려고 읽습니다>에 일상적인 사건도 얼마든지 좋은글감이 될 수 있다는 사례로 보여준 글의 결론이다. 읽는 순간 평소 하던 생각이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했으며 같은 감정을 가졌다는 사실에 울컥했다. 


대개 손님이 느닷없이 올 때면 냉장고를 탈탈 털어 온갖 반찬을 꺼내놓는다. 미처 근사한 요리를 하지 못해 가짓수라도 늘려보자는 심산일게다. 그렇게 손님상을 준비할 때는 반찬통 그대로가 아닌 종지와 접시를 총동원해 그럴듯한 밥상을 마련한다. 


자신을 위해 준비하는 밥상도 그럴까.


늘 누군가를 뒷바라지하는 일에 매여있었다면 내가 먹는 순간만큼이라도 손이 덜 가게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면서도 냉장고에서 막 꺼내놓은 반찬통 몇 개를 보고있노라면 아무렇게나 차려진 밥상에 마음이 초라해진다. 


나를 이렇게 대접한건 나인데.


그런 복잡한 속마음을 어쩌지못한 나와 달리 이정훈님은 담백하게 정리했다.


어지러운 식탁을 말끔히 치우고 그 위에 어여쁜 그릇을 그림같이 올려두면 혼자 먹는 밤의 쓸쓸함도 견딜 만하다. 먹고사는 게 별거냐고 유난스럽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별것 아닌 그것이 중요한 사람도 있다. 살기 위해서 밥을 먹는다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먹으려고 사는 건 아니니까.


같은 마음을 짧은 글에 온전히 담아보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안고 산 나같은 사람도 있다. 이 글을 보며 작가와 작가가 아닌 나 사이의 간격을 깨닫게 된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예민함도 통찰력도 무디기만한 나인데.


오늘 저녁으로 먹은 짜파게티 한 봉지라는 별볼일 없는 글감으로도 누군가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올까. 


근사한 글을 만난 기쁨과 그 글을 닮고싶어 서성거리는 내마음이 공존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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