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가 시속이 자기 나이대와 같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맞을지도 모른다. 20대에 비해 지금은 훨씬 빠른 속도로 시간은 흐르는 것 같으니까.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같은 생활의 반복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곳을 가보는 20대에 비해 일터와 집을 오가기만 하는 40대는 더 빠른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노트북을 새로 사면서 일년 후 내가 성취한 3가지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을만큼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짐한게 작년 이맘 때다. 하루 중 10시간 이상 나와 붙어있어 눈길이 자주 닿는 노트북 한 켠에 “나의 성장기록 3가지”라는 메모를 붙여두었다. 정신차리고보니 메모를 붙여놓은지 일년이 다 되가는 것이 아닌가. 시간은 아마도 46km의 속도로 내달렸겠지. 이렇게도 자비가 없을 수가.
일상의 반복이 시간의 속도를 부추기는 범인이라면 그 일상을 깨뜨려야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법. 그렇다면 일상에 변화를 주어 시간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겠다. 하여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도움이 되고 재미도 있을만한 무언가를 찾아보았다.
오호라. K팝 댄스 성인반!
새 안무가 시작하는 날에 맞춰 등록을 하고 수업에 참여해보니 달리는 시간이 머뭇거리다는게 느껴졌다. 금요일인가 싶었는데 고작 수요일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시간의 마법사가 되었다. 46km의 시속을 3km쯤은 늦춘 것 같다. 아니 1km라고 해도 좋다. 나는 늦춰진 속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품은 것 같아 즐겁다. 이제는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새해도 천천히 손꼽으며 헤아려볼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어린아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