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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Dec 13. 2023

K-pop 댄스학원 한 달 후기

살려주세요

하아하아.


호흡이 쉽사리 가라앉질 않는다. 준비 운동이 끝나면 벌써 지친다. 


수업이 아침 10시 30분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덜 풀린 몸이 다치지 않도록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줘야한다. 댄스학원은 원래 안무 배우기 전 준비운동으로 몸을 예열하고 스트레칭하는 시간을 갖는데 우리 학원은 여기에 더해 수요일마다 20분의 근력 운동을 넣었다.


스트레칭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는 전생 전봇대가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유연성이 아주 없다. 앉아서 다리를 쭉 뻗은 상태로 손을 다리쪽으로 뻗었을 때 손바닥이 발끝을 넘어서는 것이 가능해진 것도 몇 달에 걸친 노력의 결과다. 그 외에는 햄스트링도 앞쪽 허벅지도 뻣뻣해서 스트레칭을 할 때마다 도 닦는 마음으로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거기에 근력 운동이 더해지니 인고의 시간이 두 배로 늘어버렸다.


흔히 말하는 복근 운동인 윗배, 아랫배, 옆구리 근육을 단련하고 엉덩이 근육인 중둔근과 대둔군을 괴롭힌다. 이어 플랭크와 변형 동작까지 이어진다. 음악에 맞춰 쉴새없이 몰아치니 중량 없이 내 체중만으로 하는 운동임에도 숨이 가빠온다. 


맨발로 한 근력 운동이 끝나자 숨을 헐떡이며 사용한 매트를 정리하고 운동화를 신는데 선생님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같은 강도로 너무 오랫동안 한 것 같아서 다음시간부터 운동강도를 높여보려는데 괜찮지요? 그 동안 너무 쉬우셨던 것 같아요.'


동의를 구하는 것처럼 보이나 명백한 통지다. 아니, 선전포고다. 


'안되요'


나는 작게 소리쳤지만 이제 갓 한달 된 내게 귀 기울일 리 만무하다.


'지금도 힘들어 죽겠어요'


간절함을 담아보아도 너무 작게 말한 탓일까. 여전히 아무도 듣질 않는다.


'아.. 그만둬야하나...'


울고 싶은 마음으로 고민하는 사이 한 달 동안 배운 안무인 아이브의 'Baddie'와 세븐틴의 '음악의 신'을 복습하기 위해 음악이 흘러 나온다.

지칠대로 지친 내 몸은 힘있고 경쾌한 동작을 그리지못하고 흐느적거린다. 정면 벽에 붙은 커다란 거울로 보니 다른 수강생들이 하나의 팀처럼 박자에 딱딱 맞게 안무를 그리는 사이로 불쑥불쑥 끼어드는 흐물흐물한 내 동작이 마치 오징어같다. 


'이것 참 민폐가 따로 없군.'


정말이지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았다. 그렇지만 가져다 쓸 에너지가 없는데 어쩌랴. 


복습 안무가 가용 가능한 내 에너지의 마지노선이었나보다. 본 안무를 배울 때는 바닥이 빙글빙글 돌기까지 했으니. 작년에 겪었던 어지럼증이 생각나 잠깐 쉬다 다시 합류했다. 빠른 템포와 많은 동작으로 이루어진 오늘 수업도 어찌어찌 겨우 끝냈다.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운동 강도가 높아지면 내 몸이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미 3개월치를 결제했으니 꼼짝없이 와야겠지만 말이다. 괜히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만들며 오지 않으려할까바 스스로 주문을 건다.


'나는 춤을 배우러 오는게 아니야. 운동하러 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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