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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Dec 18. 2023

self-service 아닌 self-do 시대

발길이 한동안 뜸했던 집앞 투썸 플레이스엘 갔더니 카운터 포스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키오스크에서도 T우주패스 할인 됩니다.'


T우주패스라는 SK텔레콤의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면 투썸플레이스에서 월 3만원 한도로 30%씩 할인 받을 수 있다. 투썸플레이스에 갈 때마다 T우주패스 할인으로 주문하는데, 키오스크에서는 적용방법을 몰라 번번이 카운터를 이용했다. 직원들도 두어달이 지나도록 몰랐던 모양이다. 이제 그 문구를 적어놓은 걸 보니.


넓은 투썸플레이스 매장 크기에 비해 일하는 사람은 두세 명뿐이라 언제나 바빠보여 나는 내 주문을 빨리 받으라 독촉한 적이 단연코 단 한번도 없다. 카운터를 등돌리고 일하는 그들이 주문하기 위해 기다리는 나를 알아볼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을 뿐이다. 그런데 떡하니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라는 문구를 보니 왠지 푸대접을 받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키오스크에는 T우주패스를 어떻게 적용하면 되는지 안내문구도 없었다. 


'키오스크 참 쌀쌀맞네..'


애꿎게 키오스크를 향해 투덜거려본다.


6100원짜리 음료를 텀블러 사용으로 300원, T우주패스로 1740원 할인받아 4060원에 결제했다. 아무런 할인이 없었다면 주문하고, 음료를 받으러가고 치우는 것까지 모두 손님이 직접 하면서 6100원을 지불해야한다. 직원은 음료를 만들어주기만 했을 뿐.


인건비가 올랐다는 이유로 비용절감을 위해 서비스 항목이 손님에게 고스란히 넘어오고 있다. 어느 식당에서는 밥 먹은 뒤 테이블을 닦고 가라는 안내 문구도 붙어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셀프 서비스란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고있지만 서비스가 아니라 직접 하라(Do it yourself)고 표현해야하는게 맞지 않을까? 너무 조용히 스며들어 크게 불편해하지도, 불평하지도 않는 이 상황을 '그림자 노동'이라고 표현한 칼럼을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일할 사람이 점점 더 귀해지는 시대에 그림자 노동이 지금보다 더 대세가 되면 매장은 공간과 재료만 제공할 뿐 음료를 직접 만들어먹어야하는 날이 오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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