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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Dec 20. 2023

고통은 힘이 세다

또다시 편두통이 찾아왔다.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편두통이 시작되면 무력감, 피곤함, 속 울렁거림(심하면 구토) 등의 증상이 따라온다. 심장 뛰는 소리에 맞춰 머리가 깨질 듯 울리는 건 말할 것도 없다. 편두통은 편두통에 예민한 뇌를 갖고 태어난 것이기에 달리 예방하거나 다스릴 수가 없다. 타고난 몸이 약하면 자주 아픈 것처럼 그냥 그런 거다. 


편두통이라는 진단은 몇 년 전에 받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십 대부터 증상이 나타났다. 그때는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 아프다고 하면 언제나 소화제를 처방받아왔기에 편두통을 앓는지 모르고 살았다. 그래도 간간히 앓아서 불편하지는 않았는데, 직장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발병회수가 평균 월 3~4회에 달한다. 


편두통이 시작된다고 느낄 때 바로 약을 먹지 않으면 최소 3일은 고통에 시달려야한다. 울렁거려서 밥을 먹을 수가 없고, 머리가 깨질듯 아파서 일을 할 수도 없다. 게다가 이미 진전된 후에는 약을 먹어봐야 소용도 없다. 고통에서 도망치기위해 잠을 청하지만, 잠에서 깰 때 또다시 머리에 박동이 느껴지면 이 고통을 깨어있는 내내 느껴야한다는 생각에 영원히 잠들길 바란 적도 있다. 


정여울 작가의 <내성적인 여행자>에는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거장이라 불리는 음악가, 새로운 화풍을 연 미술가 등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예술가 중에 경제적으로 넉넉하며 평안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드물었다. 


음악가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을 난청을 겪은 베토벤은 유서까지 남길 정도로 괴로워했고, 뭉크는 류머티즘, 열병,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을 마주해야했다. 고흐는 항상 물감 값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넉넉치 않은 형편에 시달렸다. 


편두통이 올 때마다 여러 날 고통스럽고 그로 인해 허비하는 시간이 아까워 불평하는 나는 엄살쟁이인걸까? 몸이 아프면 일단 쉬고 빠른 회복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건 너무 안일하게 사는걸까? 

베토벤은 점점 잃어가는 청력으로 괴로웠지만 예술에 대한 갈망으로 죽을 수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 이후 폭발적인 창작을  하였다. 뭉크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딛고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했다. 진정 예술가들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켰나보다. 


난 예술가는 아니지만 삶에 대한 태도를 그들로부터 배운다. 열정이 있으면 그 어떤 것도 장애물이 될 수 없음을. 장애물조차 예술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뭉크는 '온갖 걱정과 질병이 없었더라면, 나는 마치 사다리 없는 배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라고 고백했다. 나를 힘들게하고 고통에 대한 두려움마저 갖게 한 편두통이지만, 이 편두통을 디딤돌 삼아 나도 내 삶을 더 멋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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