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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an 09. 2024

밥벌이에 재능이 중요하지 않은 이유

"예전에 이사님이 L씨 드로잉 잘한다고 칭찬했었어요."

"네? 제가요? 저 그릴 줄 몰라요. 하하하하"


이어진 L이야기는 놀라웠다.


"저는 대학교 입학 전까지 한번도 미술을 배워본 적이 없어요."

"와 재능 있었구나!"

"그게 아니라 성적 맞춰간거거든요. 저는 원래 간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하하"


L은 출판 디자이너로, 우리 회사에서 8년 근무하고 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대리로 입사해서 실장으로 퇴사했으니 아주 괜찮은 코스다. 그리고 퇴사하자마자 프리랜서로서 일감도 잘 들어와서 한 달에 천만원짜리, 3일에 150만원짜리 등등 처리했다고 한다.


1월 3일자 SBS 뉴스에서 다룬 최저임금도 못 버는 청년 프리랜서 이야기에 비하면 L은 고소득 프리랜서다. L이 원한다면 우리 회사에서도 얼마든지 일감을 줄 수 있으니 안정적이기까지 하다. 이건 실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상황이다. 


대학교 입학 전까지는 포토샵 다루는 것조차 몰랐다는 L의 성장 스토리는 퍽 인상적이었다. 예체능 분야는 아주 약간이라도 재능이나 관심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확실하게 무너졌다. 


물론 거저 얻은건 아니다. 일이 많아서 업무의 중심에 있는 디자이너는 새벽 퇴근이 잦을 정도인 회사에서 8년을 버티면서 능력을 키웠으니 마땅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글쓰기 강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해 불안하기 짝이없다. 작가들의 탄탄한 글솜씨를 보노라면 주눅부터 들기 일쑤라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의심이 구름처럼 나를 둘러싼다. 그런 내게 L의 삶은 내 눈으로 보고 함께 경험한 살아있는 격려다. 나의 꿈으로 가는 길이 자갈이 가득 깔린 채 쉼없이 흔들리는 다리일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보면 그 끝을 만나게 되는 시간이 있을거라고. 


<뼛속까지 써내려 가라>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 조차도 작가로 살아가는 불안하고 매끄럽지 않은 작업과정을 늘 겪는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만의 해결 방법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한다고도 했다.


나의 해결 방법은 쓰는 것이다. 글을 쓸 때만이 불안함과 초조함이 사라진다. 매일 쓰는 삶을 살고 싶다. 비록 내게 글쓰기 재능이 없을지라도 매일 쓰다보면 괜찮은 글 한 편쯤은 쓰는 날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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