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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Feb 04. 2024

예술도 누군가의 삶이다

신기했다. 시간과 계절만 다르게 그려진 수십 장의 그림들이 끊임없이 설렘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니.


다 똑같아보이는 골목길, 이 건물이 그 건물인 것 같은 비슷한 모양새, 그림마다 보이는 에펠탑과 노트르담 성당.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는 다채롭다. 볼 때마다 다른 얼굴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전시관에서 만난 미셸 들라크루아의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회 속 파리는 서유럽에 위치한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아닌 낭만이 살아있고 행복이 넘실대는 동화 속 어느 작은 도시같은 느낌이다.


미셸 들라크루아가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건 '벨 에포크', 말 그대로 유럽이 평화롭던 '행복한 시절'에 유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절규>라는 작품으로 대표되는 뭉크는 어린 나이에 가족들의 죽음을 겪었고 숱한 병치레와 정신적 불안함을 가진 채 성장했다. 세 번의 사랑에서 남은건 좌절과 상처 뿐이었다. 불행의 연속인 삶을 그림으로 극복하고자 했기에 뭉크의 작품은 음울하고 어둡다.


많은 미술가들은 자신의 삶을 작품에 투영했다. 작품을 위해 삶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삶을 표현한 방식이그림이었을 뿐이다.


우리도 예술가들처럼 희노애락 속에 산다. 그 종류와 크기는 다를지언정 삶의 무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삶의 현장에서 우리는 모두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지는 않지만 말과 표정으로, 행동과 태도로 감정과 마음을 드러낸다.


가족을 위해 준비하는 식사에는 사랑이 담겨있고 일에 몰입할 때는 열정을 보여준다. 산책을 하는 느린 발걸음에는 여유로움이, 출입문을 잡아주는 손길에는 배려가 숨쉰다. 누군가는 그 날의 감정을 글로 남기고 누군가는 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한다. 예술가라는 타이틀은 없어도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천재성을 타고난 것 같은 대가들의 작품도 시대와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걸 보면  우리네 삶 곳곳에서 만들어내는 표현들도 소박한 예술이 아닐까. 어떤 화풍도 계산된 기법도 없지만 삶 그 자체를 담은 순수한 예술.


그렇게 우리는 모두 매일 예술을 그린다. 소소한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리는 우리는 또다른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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