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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Feb 05. 2024

잠시 가져본 우쭐함

블로그에 올린 책 리뷰가 누군가에게는 읽어볼 만한 글이었나보다. 그 누군가는 우리 독서모임 멤버들인데, 예의상 하는 칭찬을 넘어서 "단미님 글 제 취향이에요!"라는 적극적인 긍정의 메시지를 보낸 분도 계시다.


우리 독서모임에선 한 달에 적어도 1권은 읽는데, 다들 꾸준히 읽고있으니 이제는 리뷰도 써보실 것을 권한다. 리뷰를 써보라는 애정어린 잔소리를 한지 여러 달이 지날 즈음 사건이 시작되었다.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저도요"

"쓰고싶지만 너무 어려워요"


'쓰고 싶지만'이라는 말이 마음에 턱 걸렸다. 리뷰쓰기를 권해온 사람으로써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이를 어쩌나.


"그럼 제가 강의를 한 번 준비해볼까요?"


의도는 순수했으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처음 약속한 기한을 한 달 더 미뤄가며 나름 열심히 준비했고 어찌어찌 무사히 첫 강의를 끝냈다. 익명으로 받은 피드백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 이제 강의를 더 보완해서 유료강의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첫 강의로 들뜨고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기가 무섭게 독서모임 멤버들의 글쓰기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되어 몹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에세이처럼 쓴 포스팅, 나름대로 쓴 책 리뷰가 "어려워서 못 쓰겠어요"라고 하기엔 탄탄한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신문에 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도 있었다.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그들에 비해 압도적인 글솜씨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강의를 한답시고.. 아, 나는 이걸 왜 뒤늦게 알게 된걸까. 미리 알았더라면 안했을 수도 있는데. 후회해봤자 소용은 없지만 당황스러움은 쉬이 가라앉질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강의를 준비하는 내 마음이 잘난 척하려는 의도는 0.1도 없었다는 것. 이것만큼은 자부할 수 있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어준다' 였으니까.


그래도 여전히 부끄럽다. 강의 후 받은 피드백에 칭찬이 많았기에 '첫 강의 치곤 잘했나보다'하는 우쭐함이 1g 정도 스쳐간 것은 부정할 수가 없기에.


우리 독서모임은 단톡방으로 운영되어 비대면이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일 없었던 척 평소와 다름없이 이끌어가지만 마음이 가라앉는데는 여러날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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