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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Feb 06. 2024

몰스킨의 배신

나만 호구였어?

문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몰스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급 노트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몰스킨이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몰스킨 공식 웹사이트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몰스킨은 1997년 탄생한 브랜드로, 지난 2세기에 걸쳐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사용해 온 전설적인 노트북 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브루스 채트윈 등의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사용한 전설적인 노트북을 소생시켰습니다.




언뜻 보면 마치 지난 200년 동안 몰스킨이라는 노트를 만들던 회사가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 같다. 이렇게 착각하게 만드는 문장을 다시 쓰면 어떨까.


지난 2세기에 걸쳐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사용해 온 전설적인 노트북이 있는데, 당시 사용하던 노트북을 재현해서 판매하려고 1997년에 몰스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200년 전에 예술가들이 사용했던 노트와 지금 몰스킨 회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몰스킨은 그저 그 당시에 예술가들이 썼을거라고 추정되는 노트를 현대 기술로 다시 만들어서 파는 것 뿐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생각하기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인 것 같다. 그래서 비싼 가격에 판매를 하는게 납득이된다. 진실과는 거리가 먼 마케팅의 성공 사례라고나 할까. 나 역시 이 마케팅에 제대로 걸린 소비자여서, 한때 몰스킨 노트를 열심히 수집했다. 몰스킨 판매전략 중 하나가 리미티드 에디션인데, 그래서 아낌없이 웃돈 주고 산 노트도 몇 권 된다. 심지어 외국에서 몰스킨 매장을 만나면 그 나라에서만 파는 노트를 기념한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까지 사기도 했다.


몰스킨의 진실을 알고나니 너무 괘씸했고 내가 호구였다는 사실에 살짝 언짢았다. 그러나 어쩌랴. 판단과 선택은 내몫인걸.


몰스킨처럼 내지를 실로 묶어 양면이 180도 쫘악 펼쳐지고 표지는 하드커버로 단단하게 만드는 노트는 많다. 몰스킨만의 독특한 제본방식이 아니다. 대한민국 대표 사무다이어리 양지사 제품에도 있으며 복면사과 까르네, 신사의노트 등 브랜드 노트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책 만들때 사용하는 제본 방식 중 하나기 때문에 특별할 게 없다는 뜻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론 더이상 몰스킨 노트는 사지 않는다. 만년필로 쓰면 뒷면 비침이 심해서 마땅치도 않을 뿐더러 가격은 지나치게 비싸고 나를 감히(?) 마케팅에 이용한 괘씸죄까지 더해져서다. 몰스킨이 아니더라도 더 품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많다는 걸 알게된 것도 한몫 했다. 


오늘 단톡방에서 노트 추천해달라기에 잊고있던 몰스킨의 배신이 떠올라 푸념해본다.





몰스킨 나무위키 https://namu.wiki/w/%EB%AA%B0%EC%8A%A4%ED%82%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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