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부터 심해지기 시작한 편두통은 발작이 시작되면 지옥행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편두통이 머리만 아픈 줄 알텐데 울렁거림, 구토, 설사, 극심한 피로감 등을 동반하는 몹시 괴로운 병이다. 전조 증상이 오는 즉시 약을 먹어야하기에 편두통약 낙센에프 500mg 서너알을 귀중품처럼 휴대해야한다.
내 편두통을 진단해준 내과의사는 병원에 지나치게 자주 오는 내게 뇌MRI 찍어볼 것을 권했고, 대학병원에서 MRI 결과지를 들고 온 의사는 "뇌혈류량은 아주 멀쩡합니다"라고 덤덤하게 한마디 하고는 가버렸다. 하긴, 멀쩡한데 더 해줄 말도 없었겠지.
원인도 모른 체 언제 발작할지 몰라 늘 조바심내며 살아온지 여러 해.
올해는 어쩌면 편두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바로 거북목으로 망가진 자세를 바로하면 편두통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
라운드숄더이긴 했어도, 거북목까지 그렇게 심하다고? 내가?
그랬다. 귀와 어깨를 일자로 위치시키는 올바른 자세를 하자 바로 뒷목과 승모근 연결부위에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바른 자세가 불편할 정도로 좋지 않은 자세가 오랜 시간 굳어져버린 모양이다. 모니터를 바라볼 때, 운전 할 때 나는 수시로 내 자세를 점검하고 목을 내밀지 않으려 애썼다. 그 결과 편두통이 시작될까말까 아주 약한 증상으로 머물다 가버리는 걸 여러 차례 경험했다. 두통약을 먹지 않고 한 달이 지나간 건 몇년 만에 처음이다.
'드디어 올해는 내 세상이 열리는 것인가!'
나는 좀 들떴다. 발작하면 평균 3일을 좀비가 되어 침대생활을 하던 내가 이제 그 시간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니.
아직은 스스로 하는 임상실험 단계지만 자세를 교정하며 두어달 지나보면 확실히 알 수 있지 않을까? 부디 편두통와 완전히 이별하는 그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되도록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