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바람이 포근해지기 시작하면 벚꽃 피길 기다리기 시작한 때가.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축제가 시작했을 때부터일까. 연금송이라 불리며 작사작곡을 한 장범준에게 매년 엄청난 저작권료를 가져다주는 벚꽃엔딩이라는 노래가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일까.
아무래도 좋다. 요즘 사람들에겐 벚꽃이 봄을 상징할지 몰라도 내겐 개나리가 있으니.
개나리는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서 덤불로 자란다. 꽃잎색도 선명한 노랑인데다 무리지어있으니 눈을 사로잡는 것은 당연지사. 눈길 닿는 곳마다 개나리가 활짝 피어있으면 주변까지 노랑으로 물든 듯 화사해진다.
어릴 땐 언제부터가 봄인지를 정하는 기준이 개나리였다. 가느다란 가지에 꽃봉오리가 피어오르고 꽃잎 한 두개가 일찌감치 자리잡은 걸 보면 그때부턴 무조건 봄이다. 삼한사온으로 때때로 칼바람이 불지언정 봄이 왔음을 부정할 순 없었다. 그걸 증명하는 개나리가 버젓이 피어있으니 말이다.
도시 개발로 기슭이란 것 자체가 없어지며 개나리를 만나기 어려워졌다. 이젠 가로수의 대세로 떠오른 벚나무에 꽃이 피는 걸 봄의 기준으로 삼아야하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속의 봄은 개나리다. 큼지막한 건물 틈바구니에서 한 두가지 간신히 버티고있는 개나리를 만날 지언정 쨍한 노랑의 꽃잎을 만나야 봄이 온 것만 같다.
제주도에는 벌써 개나리가 시작했다고 한다. 따뜻한 날씨로 평년보다 일찍 피었단다. 이제 나도 곧 개나리를 만날 수 있겠지? 조용히 꽃봉오리를 올릴 개나리를 만나러 분주히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가 됐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