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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un 26. 2024

체력도 능력이다

도무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 승모근이 어깨 위에 다소곳이 자리잡은 때가 언제인지조차 모르겠다. 태어날 때부터 승모근이 이랬나 싶을만큼.



승모근이 솟으면 뻐근한건 둘째치고 목 길이가 짧아보일 뿐만 아니라 그만큼 옷맵시도 나지 않아서 거울 볼 때마다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체중은 남편이 훨씬 더 나가는데, 왜 목이 짧은 느낌이 들지 않는거지? 승모근이 없나?' 



결혼 10년만에 새삼스레 남편 승모근을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승모근 없이 어깨라인이 매끈하다.


"아니 이럴수가. 오빠는 왜 승모근이 없는거야?"


"승모근이 뭔데?"


"여기, 목이랑 어깨 연결되는 부분. 나는 불룩 솟아있는 거 보이지."


"아... 노가다근육!"



공사판 일용직을 하면 승모근이 솟아올라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체중조절이 절실한 남편에겐 오히려 승모근이 튀어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바람직한 자세로 일하는 것도 아닌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그리고나서 남편 몸매를 요리조리 뜯어보니 어깨는 넓고 골반은 작다. 살은 쪘을지언정 힙업도 되어있다. 남편 체중이 지금보다 30kg 덜 나가던 시절 사진을 보면 몸매만큼은 관리하는 연예인 못지 않다.



그리고 그 이유는 결혼 10년 동안 가장 자주 들었던 '고등학교를 기숙사에서 보냈기 때문'이란 걸 안다. 남편은 인문계고등학교였는데 1학년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다고 한다. 



당시 우리가 살던 강원도는 고등학교가 입시였는데, 도시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빠져나가자 남은 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을 높이고자 만든 것이 기숙사였다고 한다. 선배들이 돈을 모아 기숙사를 짓고 체육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서 체육 관련 학과에 진학시키는 전략을 짠 모양이었다. 



새벽 6시마다 1600m 운동장을 열 바퀴씩 돌고, 학교 주변 산 타는 것도 흔하게 하는 활동 중 하나였다고. 오죽하면 군대는 편하다고 할 정도로 운동을 무지막지하게 시켰단다. 그 덕에 남편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모두 체격이 다 좋고, 체력 또한 상당한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게 키운 체력은 남편이 직장생활 할 때 빛을 발해서 매일 밤 12시까지 야근을 해도 전혀 타격이 없는 밑거름이 되었다. 



시키니까 억지로 한 운동이었겠으나 그 덕을 톡톡히 보는 남편이 나는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충분히 자지 않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병원을 들락거리기 일쑤인 내게 남편은 다른 세상 사람이다.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으면 무엇이 하고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무조건 운동이다. 세상 어느 일을 해도 체력은 기본이다. 마흔이 넘어 하는 운동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일 뿐 어릴 때하는 운동처럼 체력을 키우기는 어렵다. 이미 신진대사가 많이 달라졌고 시간과 에너지를 오롯이 운동에만 투자할 수도 없으니.



큰 병 없이 무사히 살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지만 저용량 배터리같은 체력은 언제나 아쉽다. 십년 후 더 큰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에라도 열심히 운동을 해야겠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트레드밀에 오르고 스쿼트를 한다. 생존 체력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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