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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Sep 25. 2021

[ 자전거를 타고 온 부자 ]

7일간의 행복...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너무나 행복한 제주의 푸른 바다.


해안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빠와 아들을 만나게 되었다.

얼굴은 까맣게 타고, 숨소리는 거칠어질 정도로 바쁘게 발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너무나 밝은 미소가 번지고 있다.


얼마나 오랫동안 자전거 여행 중이냐는 말에, 일주일 중 다섯 번째 날이라고 답을 했다.


일주일의 여행 중 처음 하루는

서로의 생각과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러서 화를 내기도 하고, 무뚝뚝해지기도 하고

가끔은 무안해서 쭈뼛거리기도 했다.

오르막 길에서는 힘들어서 투정을 부리고, 내리막길에서는 조심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참 잘했다는 얘기도 많은데, 부족하거나 부정적인 얘기만 했을까?


첫째 날 밤, 서로가 말하지 못했지만, 감사하고 미안함이 밀려온 것일까?

아들은 아빠에게 쓰윽 안겼다.

아빠는 말할 수 없는 감동에

"다 큰 녀석이..."라고 하며, 살짝 눈물을 훔쳤다.


둘째 날 아침.

둘은 어색했던 어제를 언제 잊었는지 서로를 바라보며 많이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아빠의 계란 프라이를 맛있다고 표현해주고, 오늘의 코스가 너무 힘들지 않겠냐는 투정도 한다.

"아빠 믿고 가볼까?"라는 말에 아들은 엄지를 세워 올리며, 아빠를 응원한다.


오늘 아침은

아들이 먼저 길을 인도한다.

"아빠, 오늘은 내가 먼저 가볼게"라는 말과 함께 미소를 머금고 힘차게 페달을 밟는 아들.

감동한 듯, 엄지를 세워 올린 후 아빠는 아들을 따라간다.


그들의 자전거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한 것 같다.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것.

그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서로 이해하고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참 멋진 시간이 아닌가 싶다.

남은 또 이틀은 얼마나 더 행복할까?

그리고 서로에게 얼마나 더 큰 힘이 되어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 한 모금을 나눠마신 부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후 또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표현이 서투른 아빠와 아들이, 어느덧 친구처럼 표정으로 대화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믿음"

나이도 경험도 아닌

그냥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느껴진다.

누가 먼저 가든, 믿음이 있기에 그들의 눈빛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자전거가 석양이 지는 해안길로 사라질 때까지,

그들이 남겨준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밤이다.










by Daniel

인스타그램 @a.spoon.of.smile

카카오음    @daniel.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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