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밀어 줄래?
오늘은
유난히 날씨도 좋고 바람도 좋게 느껴진다.
항상 그랬을 텐데 말이다.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행복한 미소를 가득 담은 얼굴로 대화하는 커플이 줌인된다.
그들은 등산복을 입은 채로 해안도로를 걷고 있는 올레길 순례자인 것 같다.
걷기.
산에 오르기.
난 언제쯤이 마지막이었지?
스마트폰을 꺼내서 '오름'을 검색해보았다.
가장 가까운 곳인 '새별오름'을 길안내 앱에 입력해보니, 30분이면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그곳을 향해본다.
태풍이 지난 간 후인데도 불구하고, 꽤 많은 관광객들이 '새별오름'을 찾아온 것 같다.
좌측은 다소 가파른 경사이고, 우측은 완만한 느낌이다. 동그란 봉우리가 참 예쁘게 잘 다듬어진 '오름'이구나 싶다.
자신만만하게 왼쪽 급경사 코스로 진입해서 반쯤 올라서니, 가만히 참고 있던 다리가 후들후들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숨을 몰아쉬며 가까스로 정상에 오르니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오르는 과정이 참 힘들고, 돌아갈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지만, 정상이란 곳에 다다르니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이 열린 듯, 새로운 시야가 확보된다.
모두들 작은 소망과 기대를 담은 표정으로 일몰을 기다리는 그 모습 또한 새롭다.
가족을, 친구를, 연인을 또 누군가를 챙기고 따뜻한 말과 마음을 나누며, 최대한 멋진 모습의 추억을 담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르는 동안의 힘듦도, 땀방울이 더 값진 행복을 안겨주고 있는 듯하다.
빨갛게 물들어가는 구름과 일몰을 바라보다,
희망과 감사로 그리고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잠시 눈을 감아본다.
단지 작은 산, 작은 오름이지만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서로 끌어주고 받쳐주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그 모습을 보며,
고난은 어쩌면 더 감사할 기회를 얻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
말하지 않아도 표정으로, 눈빛으로, 손짓 하나로 통하는 것 같다.
가끔은
조용히 너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가끔은
조용히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줄래?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눈빛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의 오름을 통해,
나를 바라보고 주위를 살펴볼 수 있는 힘과 생각이 피어난다.
by Dan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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