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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ul 17. 2021

[ 배려와 공존 ]

마루 밑 아리에티

오늘 아침은 유난히 햇살이 맑다.

기분 좋게 침대에서 일어나,

요즘 빠져있는 투움바 파스타(Toowoomba pasta)를 만들기 위해, 어제 사둔 냉동 새우와 양송이버섯, 그리고 굵은 면인 페투치네(Fettuccine)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투움바 파스타는 미국의 요리이지만,

이름은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의 도시인 투움바(Toowoomba)에서 유래했다.

미국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Outback Steakhouse)의 메뉴로 개발되었는데, 미국에서는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됐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인기 메뉴이다.


투움바 파스타는 알프레도(Alfredo Sauce) 파스타를 기본으로,

케첩에 볶은 새우, 파프리카 파우더, 쪽파 등으로 색과 풍미를 더한 것이다. 좀 더 한국식으로 즐기고자 한다면, 고춧가루도 좋을 것 같다.

알프레도(Alfredo Sauce) 파스타는, 이탈리아 까르보나라 크림소스(Carbonara Cream Sauce) 파스타를 미국식으로 변형한 레시피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먼저,

생크림 한 컵에 어니언 파우더, 치킨 파우더, 소금, 후추를 조금 넣고 블렌딩해서 알프레도 크림소스를 만들어둔다.


이젠,

두 개의 인덕션 레인지(Induction range) 중,

하나는 파스타 면을 삶기 위해, 냄비에 물을 올리고 소금과 올리브유를 살짝 뿌려준다.

다른 한 곳은 케첩 쉬림프를 위해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다.

새우가 투명해질 때쯤, 토마토케첩을 넉넉하게 뿌리고, 썰어둔 양송이버섯도 함께 볶아준다.

새우와 양송이버섯이 살짝 익었으니, 블렌딩 해둔 알프레도 소스를 부어주고, 9분 정도 삶아진 페투치네 면을 건져서 모든 재료가 하나의 프라이팬에 담길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투움바 파스타는

알프레도 크림소스에 케첩 쉬림프를 추가함으로써 그 맛과 풍미를 더하고, 맛있는 식탁으로 옮겨졌다.


행복한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애정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루 밑 아리에티(借りぐらしの アリエッティ)"와 함께 하기로 했다.

이 영화는 영국의 아동문학 소설가 메리 노튼(Mary Norton)의 "The Borrowers(더 바로워즈. 빌려쓰는 사람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みやざき はやお)의 각본으로,

신예 감독인 요네바야시 히로마사(よねばやし ひろまさ)가 감독한 영화는,

일본 고가네이시(小金井市)의 민가 마룻바닥 아래에 살고 있는 소인들의 이야기이다.


상쾌하고 발랄한 소녀 '아리에티'가 수풀 사이로 뛰어다니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한 민가의 마루 밑에 살고 있는 아리에티 가족이 티(Tea)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각설탕이 있으면 더욱 맛있는 티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

아리에티의 아빠는 가끔 각설탕, 티슈 등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 가족을 위해 사람의 집에서 하나씩 빌려와서 살게 된다.


어느 날,

아리에티는 물건을 빌리기 위해 아빠와 첫 번째 동행을 하게 된다.

너무나 들뜬 마음에, 주방 식탁 위 유리병에서 어렵게 꺼낸 각설탕을 떨어뜨리게 되고,

아빠는 놀라고 당황한 아리에티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조심스럽게 귀가를 결정한다.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가는 것에, 아리에티는 실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마루 밑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리에티가 떨어뜨린 각설탕으로 인해,

잠을 자고 있던 심장이 약한 아이 '쇼'가 소인의 존재를 눈치챘지만, 조용히 그들이 돌아갈 수 있게 기다려준다.


'쇼'는 그들을 위해

어젯밤 '아리에티'가 두고 간 각설탕을 마루 밑으로 통하는 입구에 두지만, '아리에티'의 가족들은 미끼일 것이라 생각하고 경계하게 된다.


영화에 집중하느라, 애정하는 투움바 파스타가 식어버렸다.

하지만,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투움바 파스타는,

호주의 도시 이름을 빌려와서 만든 미국식 파스타 요리이다.

또한, 요리법도 이탈리아의 까르보나라 크림 파스타를, 미국식으로 바꾼 알프레도 크림 파스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와 파스타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또는 생각을 빌려오고 또 그것을 성장시킨다.


서로에게 마음과 마음을 전해주고

또 그 마음을 통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인간(人間)이란,

배려와 존중이 필요한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산다는

"공존"의 의미인 것을.




by Daniel

인스타그램 @a.spoon.of.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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