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돈 한 푼 없이 집을 뛰쳐나와 야간 아르바이트로 혼자 살기 시작한 뒤로 20대 중후반에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나의 가족,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고양이의 6살 생일이다.
엄마 옆에 꼭 붙어서 자고 골골송을 매일 같이 부르던 우리 고양이는 2살 생일을 맞기도 전에
다른 사람의 실수였을지언정 그 사람은 내가 불러낸 사람이니
결국 내 안에서 썩고 있던 지병 증세와 내 무식함과 모든 내 과실로 인해 떠나보내게 되었다.
이래도 되는지 모를 만큼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보다도 더 가슴을 칼로 찌르듯이 아팠고
그 시기는 내가 어떻게 살아있고 어떻게 살아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을 놓고 살았을 만큼
그 이후의 기억은 가위로 자른 것처럼 기억이 온전하지가 않다.
내 평생 살면서 다시는 가져보지 못할, 내가 사랑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존재가 그렇게 허망하게 떠났다.
그 후 당장 죽을게 아니라면 기계적으로나마 다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성차별은 물론, 외모지상주의가 업무능력 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윗선의 시야에 지친 상태였기에
환경 변화를 위해서도 다니던 회사를 퇴사를 하게 되었다.
업무 OFF모드일 때가 아닌 업무적 일 때에 있어서 내가 가진 능력이나 포텐셜만큼은 자신감이 있었지만
도급사에서 있던 내가 인하우스(본사)로 커리어패스를 성공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면접 때마다 도급사 경력에 대한 선입견이나 무시가 엄청났고,
어떤 회사는 JD에 애초에 도급사 경력은 쳐주지 않는다는 말까지 적혀있을 정도였으니..
수 없이 봤던 아티클이나 CX매니저들의 인터뷰 내용(도급사에서 인하우스로 이직이 순탄하다는 등)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에, 나는 이 것도 나에게만 적용되었던 불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긴 이직 실패에 가진 돈마저 다 떨어지자 잠시동안 관리자에서 다시 일반 사원으로 내려가 단기 알바로 연명하면서도 꾸준히 이직활동을 다행히 몇 달 뒤 한 인하우스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역시나 도급사 출신이라고 무시하는 발언이 서슴지 않게 나왔지만
빠른 적응과 아웃풋을 보이기 위해 애썼고, 역량을 보인 후부터는 내가 여태 해왔던 일의 반의 반도 보여주지 않았건만 그동안 받았던 존중과 대우는 차원이 달랐다.
물론 사회생활이고 회사인 만큼 힘든 지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이전 회사와는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나에게는 굉장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회사였다.
하지만 몇 년도 가지 못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졌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혹시 내가 여기에 없었으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
어떻게 보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또다시 구직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면접 일정을 보통 1~2주 전에 잡는데, 면접을 보러 가는 날마다 비가 오고 태풍이 불더라
면접 때 긍정적인 시그널을 한 없이 보내놓고는 떨어뜨리고
면접 시작 전 경력기술서나 이력서에 대한 칭찬을 아낌없이 퍼부어놓고 결과는 탈락.
면접 탈락은 둘 째치고 어떻게 면접 때마다 날씨가 그럴 수 있는지 정말 의문만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건 운이 없는 걸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것도 머피의 법칙에 속할까? 아니면 다른 관용문장이 있나?라는
블랙 코미디 같은 생각을 혼자 하며 구직 활동보다는 잠시 쉬는 타이밍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내 평생 인생에 있어서 가장 편하고 길게 쉰 6개월을 보내게 되었다.
다시 돌아와서,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의 생일상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나중에 내가 지구를 떠나게 되는 날, 엄마를 맞이하러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가 발이 없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너를 찾아다닐 거라고, 옆에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잘 지내고 있으라고 애통한 기도를 하며 다시금 느꼈다.
나는 사랑을 해서도 소중한 존재가 있어서도 안심할 회사에 들어가도 안될 것 같은 불안감, 불운함.
이게 머피의 법칙이든 태생부터 운이라는 게 없는 재수 없는 인생이 든 간에
내게는 지금 그 아이만큼 사랑하는 존재가 있고 늘 조심스러우면서 강박적이고 과민하게 돌보며
이 아이가 제 수명에 맞춰 갈 때까지는 끈질기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을 강하게 먹는다.
강현욱 훈련사의 말처럼 그 애는 나에게 몇 번 울고 슬퍼하면 끝날 존재가 아니며
유예하고 있던 슬픔을 오늘 6살 생일 축하와 애도를 위해 잠시 꺼냈으니 다시 유예할 시간이 왔다.
지금의 아이를 지킬 시간만큼은 연명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는 마음의 상자를 덮어두어야 하니까.
오늘은 긴급용으로 처방받은 알프람정 0.5mg을 몇 번이나 먹게 될지 모를 하루가 되겠다.
아아. 그래도 오늘이 쉬는 날이라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