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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편선 Feb 14. 2019

퇴사한 사람은 브런치에 글 쓴다

라는 트윗을 읽은 적이 있다. (찾아보니 정확한 워딩은 '우리나라에서 퇴사한 사람은 다 브런치에 글 쓰나'였다.) 아, 한국인이라면 모름지기 퇴사하면 브런치에 글을 남겨야 하는구나. 그래서 쓰는 글이다. 퇴사했다. 무슨 인사이트 이딴 거 없고 그냥 잡스럽게 쓰는 글이다. 인사이트 필요하신 분은 뒤로 가기 → 브런치 메인 → 무슨 IT ~~~ 마케팅 ~~~ 어쩌구 저쩌구 찾아보시고. 이직할 곳은 구해놓고 퇴사했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고.


(브런치에서 장황한 퇴사의 변 많이 보았는데 그딴 것도 없다. 퇴사가 뭐 자랑거리도 아니고 회사 다니면서 느낀 거나 힘들었던 거, 배운 거 등등은 거의 대부분은 나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다.) (물론 본인 커리어나 역량 디스플레이 하는 데 필요하니 자의 반 타의 반 적는 경우가 많겠으나… 디스플레이란 게 원래 좀 후안무치한 거니까, 어쩔 수 없는 짜침 같은 게 있지. 개중에는 성실한 것도 있으나 대부분은 그냥 징징대는 걸로 끝이고 별로… 관심이 안 간다…) (지금 쓰는 이 글도 일종의 디스플레이고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등신 같음이 있다. 산다는 게 다 이런 게 아니겠니다.) (여하간 퇴사의 변 없다.)


퇴사와 이직 사이 3주 쯤 텀이 있는데 진짜 더럽게 바쁘다. 회사 안 가니까 그동안 하기로 약속하고선 바쁘다고 핑계대고 쌩깠던 뭔가들을 싸잡아 처리하고 있다. 음반 한 장 만들고 있고(내 음반 아님) 간만에 내 녹음도 하고 (뭘 새로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필요한 일이 있어서 잠깐 하는 거임) 친구와 같이 하는 일 투자 좀 받아야해서 사업계획서도 쓰고 있고(아는 거 없는데 그냥 막 하고 있는 거임) 아직 출근은 안 했지만 이미 롤이 주어진 탓에 다음 직장일=기획안도 좀 하고 있고(나중에 일할계산해서 일당 받을 거라 노동착취 아님) 뭐 무슨 새로 사적인 채널 같은 거 하나 만들라고 포토샵 부여잡고 BI 만들고 있고(개판으로 만드는 거임) 데이터 무슨무슨 공부도 하고 있고(하나도 못 알아먹겠음 현업 투입 절대 불가) 고양이도 봐야하고(고양이는 나를 안 좋아함) 오 ㅋ 일 되게 많이 하네 이렇게 등신 같은 글 써도 실은 능력 있고 일 열심히 하고 자기개발도 열심히 하는 듯? ^오^ ,,, 뒈져라 ,,, 뭐… 써보니 많은데 이것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 여하간 퇴사하면 간만에 친구들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룰루랄라 ~~~ 하고 싶었는데 그간 안 한 거 다 하려니 일폭탄 투하되서 회사 다닐 때보다 노동시간은 길고… 돈은 하나도 안 되고… 그래도 회사 다니는 것보다는 재미있지. 뭘 하건 회사 다니는 것보다 재미있다는 것은 인간으로선 너모 당연한 것이기에… (다음 회사는 전 회사보다는 내 마음대로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절대로 일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무지하게 하겠다는 거임. 다음 회사 대표가 혹시라도 볼까봐 알리바이용으로 남겨둔다.)


뭘 또 되게 멋있는 말들 주구장창 쓰고 싶었는데


생각했던 멋있던 말 중 하나는 '스타트업이나 마케팅 한답시고 멋있는 용어 굳이 쓰고 뭐 할 필요 없다 그냥 R&R 하지말고 업무분장이나 일 나눕시다 ~~~ 이러면 다 알아듣는다' 이런 거 쓸라고 했는데 써놓고 보니 하나마한 얘기임. 이건 게 전형적인 나 혼자 알고 넘어가면 되는 거임.


어쨌건 애플뮤직 결제해서 잘 쓰고 있고 찾는 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데 없는 게 좀 많아서 슬프다. 어쩔 수 없음. 요새는 뭘 들었지… 혼자 미셸 르그랑 추모의 밤 보내고 케이트 부시 듣고 다이노서 주니어 조지고 세인트 빈센트 두아 리파 같이 무대한 거 보고 와 개짜친다 ㅋㅋㅋ 넘 속이 빤히 보이네 ㅋㅋㅋ 하면서도 뭐 멋은 있네… 넹 데꿀멍입니당… 이러고 니나 시몬 듣고 일두 형 노래도 듣다가 뭐 그랬구만. 너무 평범한 리스너의 삶이군… 여하간 이직하기 전까지 할 일 잘 마치고 다음 직장 가서 또 개처럼 일하다 보면 연봉 막 오르고 월 천 벌겠지 ^ㅗ^ 오 ㅎ ; ; ,,,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어차피 내가 가서 리딩하는 롤이라서 내가 재미있게 일하면 됨. 두서가 너무 없네. 죄송합니다. 올해 제 친구들이 하는 일 다 잘 되게 해주세요. 저는 조금만 잘 되게 해주시고요. 감사합니다.


글의 마지막은 요새 가장 많이 듣고 있는 거 세 개만 푼다 공유경제 ~~~ 행복 가득 사랑 가득 ~~~


(일하러 간다)


Brigitte Fontaine - Comme à la radio (1969)


Judee Sill - Lady-O (1971)


Víkingur Ólafsson - J.S. Bach: Prelude & Fugue in C Minor (Well-Tempered Clavier, Book I, No. 2) , BWV 847 - 1. Prelud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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