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의 아이들』, 재미공작소, 하박국, 연진, 몬구, 전자양, 김윤하
* 글의 제목은 김목인의 곡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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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scene)’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올바른 표기는 ‘신’이라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인디씬의 거의 아무도 ‘씬’을 ‘신’이라 발음하지도, 적지도 않는다. 인디씬은 그냥 인디씬이기 때문이다. (아주 미시적인 차원의 현상이지만, 그것을 아주 미시적인 차원의 ‘문화’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씬의 아이들”은 제목에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드러낸다는 것은, 약간은 소극적일 수도 있겠지만, 주장한다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음악가로서, 음악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음악애호가로서의 삶을 담담히 기술한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것, 그리고 ‘수용자’에서 ‘주체’로 나아가는 과정에 대한 책이다. 5명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마치 OHP 필름을 몇 장 겹쳐 프로젝터로 영사하듯, 이야기들은 겹쳐져 물결진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독자는 이윽고 “나빗가루 립스틱”처럼 세속적이되 어딘가 환각적인 이미지의 물결 속에서 유영하게 된다.
독자에 따라 다르게 읽을 것이다. 가령, 독자인 나와 이 책을 만든 사람들 사이에는 대략 5년 쯤의 시차가 존재한다. 당시의 5년이면 모뎀이 ADSL로 바뀌고, CD에서 MP3로 바뀌고, PC 통신이 개인 홈페이지로 바뀌는 때다. (블로그의 시대는 조금 더 뒤다.) 이 사이에 홍대앞에는 걷고 싶은 거리가 조성되었고 제1회 쌈지싸운드페스티벌이 개최되었으며 무엇보다 월드컵이 있었다. 때문에 나와는 가깝지만 다른 경험을 통해 정체성을 구축한 이들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것이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라는 단순한 마음들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이다. 차이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건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는 마음의 근원적인 모습이 그때나, 나의 유년기나, 아직까지도 아주 크게 달라지진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애호가'라는 그룹에 대해 생각해본다. 김목인의 가사를 인용하자면 "매년 일정 비율로 태어나는지 음악의 아이들은 계속 나타난다.")
사료로서도 의미있겠으나 이야기 자체로서 즐겁고 리드미컬하다. 역시 나의 입장에서의 감상이겠으나, 꼰대스럽지 않은 동네 형누나들이 한 잔 하면서 조곤조곤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밤을 상상하게 만드는 책이다. 무엇보다 음악애호가들을 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