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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락울 Aug 05. 2019

안빈낙도의 삶을 꿈꾸다.

나의 욜로 나의 소확행

조선시대 선비님들은 참 대단들 하시다. 결국 사람의 목표는 안빈낙도라는 것을 정확히 꿰뚫어 보신 것 같다. 부자들마저 가난을 탐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오늘, 나는 안빈낙도의 삶을 꿈꾸고 있다.






한 때 카페를 즐겨 갔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해서 좋았다. 매일 듣는 노래만 듣다 보니 최신곡을 카페를 통해 들을 수 있었고 카페마다 트는 음악 장르도 달라서 그 날 기분에 따라 카페를 골라 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카페에 가지 않게 됐다. 승무원 준비하며 했던 다이어트가 문제였을까. 체온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시원하다고 느낄만한 온도에도 난 주섬주섬 가디건이나 셔츠를 껴입었다. 아빠는 한여름에 털옷을 껴입은 날 보며 보약을 먹여야 한다고 엄마를 닦달했다. 겨울엔 따듯한 온도가 답답하고 피부가 거칠어져 도망가고 싶어 졌다. 


결국 난 카페에 가는 대신 방을 카페로 꾸몄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방 한 칸에 커튼은 무조건 짙은 회색의 암막커튼.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잔뜩 꽂을 수 있는 질 좋은 책장 하나를 눕혀 세웠고 데스크탑 대신 노트북을 쓰는 내게 딱 좋은 사이즈의 테이블을 들였다. 나의 작은 카페에는 항상 노래가 흘러나온다. 요즘엔 재즈음악에 빠졌다.


이 곳에 들어오면 재즈음악부터 틀어놓는다. 음악을 틀지 않으면 나태해진다. 노트북으로 일을 하다가 책도 보고 하기 싫다고 친구들에게 징징거리기도 한다. 


에어컨 하나 놓으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그랬다간 분명 조금 틀고 춥다고 끄고선 덜덜 떨 것 같다. 아쉬운 대로 선풍기를 틀고 내가 앉은 쪽이 아닌 곳의 암막커튼을 활짝 열어젖혔다. 우리 집은 바람이 잘 통한다. 문을 열어 햇빛을 가득 묻히고 바람이 솔솔 불면 이가 부딪힐 만큼 시원하진 않지만 유유자적 나름 괜찮은 도피처가 된다. 






요즘은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을 서점에서 구입했을 때만 카페에 간다.


독립출판물이 넘쳐나는 건 오늘내일 일이 아닌데 최근 들어 독립 출판된 책들을 탐독하고 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에세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휴식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역시 내가 요즘 너무 힘주며 살았나 보다.


동네에 도서관이 하나 더 생겼다. 새로 지은 도서관이라 그런지 책이 많지는 않았지만 전부 최근에 발간된 책들이었다. 취향저격 하악. 덕분에 5권씩 빌려 하루 이틀에 걸쳐 다 보고 또 본다. 


이젠 여행을 가도 독립서점부터 찾고 있다. 그 서점엔 어떤 책들이 있을까. 흥분돼 콧구멍이 벌렁벌렁.






"어떻게 쉬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친구에게 했던 말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검색어에는 자꾸 '번아웃 증후군 극복 방법', '잘 쉬는 방법'이 떴다. 열심히 찾아보니 모두들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생각을 비우고 조급함을 덜어내고. 역시 생각이 많았고 조급하게 굴어서 그랬던 걸까. 생각을 비우고 조급함을 덜어내야지.


휴대폰을 손에서 떼어놓지 않는 나는 제일 자주 사용하는 어플을 삭제해버렸다.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한 것이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어도 할 게 없으니 책을 읽고, 노래를 듣고, 미뤄둔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 


그 와중에도 글을 쓴다. 취미로 쓰던 글은 어느새 부업이 되었다. 월급 안 나오는 부업. 브런치 말고도 다른 플랫폼에서 글을 쓰는 나는 독자들의 반응에 춤을 추며 머리카락을 뜯는다. 아이디어여 샘솟아라 제에발. 


쉬는 것조차, 취미조차 치열하게 하는 날 보고 있자면 정말 생각을 비우긴 한 건지 조급함을 얼마나 덜어냈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이 것마저 내 나름의 쉬는 방법이겠지.


나라는 인간은 역시 안빈낙도를 향해 치열하게 달릴 타입이다. 


윽. 벌써 안빈낙도와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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