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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락울 Oct 02. 2019

우선 집부터 살까?

비혼에게 집은 소비재다.

우리나라엔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전세제도'가 있다. 다달이 월세를 내는 대신 목돈을 예치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엔 목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회사 때문에 서울에서 집을 구해야 했다. 전세대출을 받을 생각이었다. 대출을 했을 때 내는 이자가 월세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단호하게 월세로 들어가라고 하셨다. 큰돈이 묶이는 걸 염려하셨다. 그땐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대출이자가 월세보다 훨씬 저렴했으니까. 


하지만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에 자신의 돈 조금을 보태 투기용 집을 사는 것이 횡횡하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불안해졌다. 열심히 모은 피 같은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물론 사기가 아닌 이상 집주인이 잘못되면 경매로 넘어가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순위에서 밀릴 수 있고 또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를 일 아닌가. 


게다가 비혼을 결정한 후엔 또 다른 이유로 전세를 반대하게 되었다.


 




집은 내가 사는 공간이다. 가장 안정적인 장소. 


이런 상투적인 개념을 벗어나 집은 어느새 대한민국 자산의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산의 대부분이 집이다. 부자아빠를 쓴 로버트 기요사키는 집은 자산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자산은 내 현금흐름에 수입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월세를 받지 않는 한 관리비용 등의 지출만 생기기 때문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을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고개를 갸웃한다. 이 놈의 집값이 꾸준히 몸값을 올리고 있고 그 결과 꽤 괜찮은 투자 방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면 자산이 늘어난 것 같아 꼭 내가 부자라도 된 듯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자기가 살고 있는 집값이 오르면 담보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을 늘어날지 몰라도 당장 내 손에 떨어지는 건 없다. 왜? 팔지 않는 이상 거기서 계속 살아야 할 테니까. 


또, 집을 판다면, 보통은 좋은 곳으로 넓혀 가기 때문에 집을 판 돈에 돈을 더 얹어서 옮겨가야 할지도 모른다. 왜? 더 좋은 집은 집값이 많이 올랐을 테니까.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집값이 올라도 당장 내가 좋을 일은 없다. 좋은 사람은 그 집을 물려받게 될 자식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집을 사라고 하고 싶다. 투자의 개념이 아닌 소비재의 개념으로 말이다. 






앞서 말했듯 '탐나는', '살기 좋은' 지역의 집값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목돈이 있고 전세가와 매매가가 차이가 크지 않은 집이라면 사두는 것이 답이다. 여기서 지녀야 하는 것은 집값이 오르면 좋은 거고 떨어져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쿨함이다. 즉, 투기용이 아닌 진짜 내가 살 집을 고르는 것!


간단히 이렇게 생각하자. 내가 살고 싶은 이 집. 월세로 산다면 얼마 정도 내고 살겠는가? 


50만원이라고 한다면, 50만원 x 12개월 x 50년(평균수명-현재나이) = 3억.  


평생 한 달에 50만원씩 내고 살면 3억이다. 그 집이 2억짜리라면 횡재다. 3억이 훌쩍 넘어간다면 더 고민해야 한다. 


전세가란 그 집의 주거용 가치고 매매가는 투자용 가치다. 그래서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크지 않은 집으로 골라야 한다. 이 둘의 차이가 크지 않은 집은 주거용 집으로 탁월하다. 


게다가 보너스. 훗날 현금이 필요할 때 주택을 담보로 연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물려줄 자식 없는 비혼에겐 아주 좋은 제도다. 굿. 


이렇게 계산해보면 당장 어마어마해 보이는 집값이 저렴해 보이기 시작한다. 그만큼 월세가 비싸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고르고 전세가와 매매가가 비슷하다면 구입하는 것이 좋다. 집값이 오르면 주택연금으로 사용하면 되고 집값이 떨어져도 주거용이었으니 소비재로 생각하자. 






요즘 나는 취미로 직방,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샅샅이 살펴본다. 결국 살기 좋은 집이 나중에 집값이 올라갈 거라 믿는다. 기왕이면 집값이 오르는 게 내 노후를 위해 좋을 테니까. 서울 집값을 보면 대부분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훌쩍 높다. 그리고 대출을 끌어모아도 살 수 없다.  결국 서울 변두리로 눈을 돌린다.


지역을 순환하는 불안정한 직업을 지닌 나에게 어디 한 군데에 정착해서 집을 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다른 직업을 찾아볼까 고민한다.


집을 가지고 싶다. '우리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르기만 해도 따듯해지고 얼른 들어가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친구들을 불러 맛있는 걸 먹이고 가끔은 멍 때리고 앉아있어도 행복하기만 한 우리 집. 


언젠가 나의 완벽한 주거용 소비재를 찾는 날까지 내 취미는 계속될 예정이다. 쭈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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