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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락울 Aug 08. 2019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친구가 필요해

비빔국수 장인이 되고 싶습니다.

친구와 모 지역의 유명한 비빔국수 집을 갔다. 방송에도 나오고 유명세를 탄 집이어서 기대 만발. 짜잔. 등장한 비빔국수는 어째 많이 본 색감이다. 한 젓가락 먹었더니 음... 내가 한 게 더 맛있는걸? 즉시 동네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주말에 우리 집으로 모여. 비빔국수 파티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주는 음식이라고 했다. 내 생각에 그다음으로 맛있는 음식은 여럿이 나눠 먹는 음식 같다. 


친구들은 디저트를 챙겨 왔다. 시리얼, 요거트 등등. 


친구 두 명에 나까지 도합 셋. 매일 1인분만 요리하다가 처음으로 3인분을 요리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 


무거워서 팔이 빠질 것 같은 웍에 물을 팔팔 끓이고 신중하게 면의 양을 체크한다. 친구 하나는 양이 적고 하나는 보통 나는 다이어트 중. 신중하게 면을 뽑았더니 친구가 옆에서 끼어든다. 너무 많아 너무 많아. 친구의 말을 적극 반영해 삼분의 이를 집어 팔팔 끓는 물에 넣었다. 


어라라. 아무리 봐도 양이 좀 적은 것 같다.


결국 3분만 끓여야 할 국수에 계속 면 추가 면 추가... 7분 정도 끓여냈으니 면이 다 퍼져버렸다. 초장부터 망한 냄새가 솔솔 풍겼지만 나의 비장의 무기 소스를 이용해 어떻게든 살려보려 한다.


고추장에 식초에 올리고당에 참기름에 후추를 후춧후춧 뿌려주면 완성. 


1인분씩 요리하던 대로 만들어 간을 봤더니 음... 간이 너무 짜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 제일 좋아하는 그릇에 예쁘게 담았다. 두 그릇을 담고 보니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나는 다이어트한다는 핑계로 두 젓가락으로 만족, 친구들에게 두 그릇을 양보했다.


두 젓가락을 빠르게 끝내고 친구들의 눈치를 살핀다. 어때 맛있어? 친구들이 맛있다며 칭찬하지만 맘에 들지 않는다. 아 더 맛있게 할 수 있는데. 이 친구는 맛있게 먹나 저 친구는 물이 필요한가. 1일 쉐프가 되어 손님들을 맞이한다.


10분도 안돼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비빔국수 주제에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도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는다.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고 나란히 누워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친구가 가져온 디저트를 먹고 다시 눕는다. 돼지스러운 생활이 퍽 만족스럽다. 


친구들이 떠나고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한다. 다음엔 더 맛있게 만들어야지. 다음엔 다른 메뉴도 대접해야지. 맛있는 음식과 함께 먹을 친구만으로 하루가 충만해졌다.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중요하지만 역시 가끔은 이렇게 온기가 필요하다. 


다음은 친구네 집에서 팬케이크 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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