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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락울 Aug 23. 2019

아기가 예쁘면 시집가야 하나요?

그럼 전 8살에 시집갔어야 했네요 쩜쩜쩜

나는 아기를 정말 예뻐한다. 길을 지나가다 아기가 저 멀리서 등장하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마트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짧게 마주치는 3초 동안 눈을 크게 떠가며 아기와 교감하고 싶어 환장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전남자친구들은 그런 내 모습을 좋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좋아하니 짜증이 났다.


새끼 동물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귀여움을 타고난다 카더라를 신뢰하게 만들 정도로 아기들은 귀엽다. 새끼 강아지 새끼 고양이 새끼 인간(...?) 어느 것 할 것 없이 귀여워 미쳐버리겠다. 특히 새끼 인간은 더하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발톱이나 이빨이라도 있지 아기는 그 어느 것 하나 위협될만한 것이 없다. 포동포동한 살덩어리하며 말랑말랑한 피부, 머리카락에선 분유와 비슷한 꼬순내가 난다. 


예뻐 죽겠다. 한 시간만 있어야 예쁘지 하루 종일 보면 사람 미친다는 말조차 사치로 들릴 정도로 남의 새끼는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전남자친구들을 포함한 많은 타인들은 그런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시집갈 때 다됐네~


예? 대체 왜죠?





나는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돌 노래를 사랑하며 라이트하게 빠지기도 한다.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중에서는 뉴욕치즈케이크,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사랑에빠진딸기를 좋아한다. 쉑쉑 버거 중 쉑스택 버거를 좋아한다. 마라탕보다 마라샹궈를 좋아한다. 스파게티는 크림 스파게티를 좋아한다. 냉면은 고기와 함께라면 비냉 단독이라면 물냉을 먹는다. 커피를 좋아한다. 맥주를 좋아한다. 와인을 좋아한다. 바다를 좋아한다. 


그리고 아기를 좋아한다.


이 모든 것들은 나의 기호다. 내가 혼자 영화를 보고 마라샹궈를 먹고 와인을 마실 땐 시집가라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유독 아기에 관해선 다들 한결같다. 


모성애에 대한 믿음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위대한 종교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기호로 내 인생을 결정하고 싶지도 않고 (쉑스택 버거가 좋아서, 커피가 좋아서, 바다가 좋아서 결혼을 결정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기호로 나의 인생을 미뤄 짐작당하는 것도 불쾌하다. 


그러니 제발. 귀여운 아기를 귀엽다고 하는 나를 흐뭇하게 보는 건 그만 해줬으면 좋겠다. 


귀여운 아기를 어른으로 키워내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 수고로움을 몇 년의 귀여움과 맞바꿀 생각은 전혀 없으니 말이다.


내 새끼는 필요 없어요. 남의 새끼가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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