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적처럼 눈 부신 것들 -1. 노력에 대하여
한 때 에세이에 빠졌었다.
오늘은 쉬어가라며 휴식을 권하는, 읽기만해도 마음이 따듯해지며 행복한, 내가 정말 열심히 살았는지는 중요하지않고 '당장 오늘 쉬어야겠다- 나는 그래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그런 책들이었다.
'남의 일기를 왜 읽어?' 라며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정말 많은 에세이를 탐독했다.
그리고 지금 그 시절을 한 발짝 벗어나 그 때를 돌이켜보니 왜 그렇게 에세이에 집착했는지 깨달았다.
나는 쉬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열심히 하고있는 이 일들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지,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있긴한데 정말 쌓이고 있는건지, 내가 걷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지, 이 길의 끝엔 무엇이 있을지 알지 못하고 걷는 그 막연한 기분에 조금이라도 위로를 보태고싶었던 것이다. (god의 노래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리고 며칠 전 지난 2년간 노력하고 고생하여 쌓아올린 나의 노력에 결실을 작게나마 맛보았다.
시작은 동료가 추천한 2주짜리 연수강의였다. '앞으로 이게 뜬대!'라는 주식에서나 오갈법한 말을 듣고 시작한 연수는 생각외로 재밌었고 나머지 공부를 자처할 정도로 흥미로웠다. 휴일을 반납하고 들은 2주짜리 연수강의를 마치고 '앞으로 이게 뜬대!'라는 동료의 말을 확인하듯 1년이 지나 되려 그 연수를 하는 강사가 되었고 2년이 지나 그 연수를 하는 강사들을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다. 처음으로 강사를 가르치는 수업을 하고나서 강의가 좋았다며 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묻는 그들의 요청에 뿌듯함을 느꼈다.
나의 노력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고있구나. 무언가가 쌓이고 있었구나. 이 길이 맞았구나.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더는 막연하지 않았다.
이제 나는 나를 소개할 때 문구 한줄을 더 추가할 수 있게되었고 또 다른 문구를 추가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어쩌다 보니 다시 경주마처럼 달리고있지만 그 전처럼 헉헉거리며 방황하지 않는다. 여유롭게 주변의 풍경을 누리고 있다.
재밌는 점은 더 이상 에세이를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세이를 읽는 대신 소중한 사람들과 휴식을 취한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맛있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수다도 떨고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든다.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고 잠시 모든 것을 멈춘다.
나는 이제 에세이를 읽으며 '당장 오늘 쉬어야겠다- 나는 그래도 된다'는 생각 말고 정말 당장 오늘 쉬어버린다. 그러면 다시 몸이 근지러워진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싸이클을 만들어가고 있다.
적당한 노동에는 적당한 휴식을!
그렇게 나는 차곡차곡 나를 쌓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