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냐오냐 커온 세대의 아이러니
영국 드라마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속 주인공은 뚱뚱하고 못생긴 자신의 모습을 싫어한다. 모든 걸 망쳐버리는 자기 자신이 혐오스럽다는 주인공에게 정신과 의사가 말한다. "저기 너의 어린시절 소녀가 앉아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소녀는 스스로를 뚱뚱하고 못생겼으며 모든 걸 망쳐버려 혐오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 소녀에게 뚱뚱하고 못생겼으며 니가 모든 걸 망쳐버려 혐오스럽다고 말해보겠니?" 주인공은 자신의 어린시절 소녀에게 그런 끔찍한 말을 내뱉지 못한다. 대신 넌 완벽하며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준다.
이 장면은 나에게 큰 울림을 줬다. 왜 우리는 남에게 하지 못할 말과 행동을 나 자신에게는 서스럼없이 하는걸까?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재단하고 "살이 좀 쪘네 빼야겠다-" 남이 했으면 기분나빴을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며 직장 동료가 실수를 했다면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했을 나의 실수에는 "내가 왜 그랬을까" 이불킥하며 좀처럼 잠들지 못하기도 한다.
어른들은-나도 이미 어른이지만- 지금 세대가 오냐오냐커서 버릇이 없다고들 하는데 아이러니하다. 사실 우린 그 어느 세대보다 더 스스로에게 가혹한 것 같은데 말이다.
나는 모자란 부분이 참 많은 사람이다. 이기적일 때도 있고 고집도 있고 감정 기복이 심하다. 하지만 넘치는 부분도 참 많다. 친화력 있고 다정하며 회복력이 뛰어나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다독여주고 장점을 살려보자 칭찬해줄 수 있게된다.
우리는 반드시 나 자신을 제일 많이 사랑해줘야한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보다 나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더 커야하고 연인을 사랑하는 것 보다, 친구를 사랑하는 것 보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해야한다. 결국 날 제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나 스스로가 되어야하는 것이다.
부모님에게 해드렸던 효도를 나에게 해보자. 연인에게 했던 선물을 나에게 주자. 친구에게 베푼 맛있는 한끼를 나에게 베풀자.
대학가면 공부 안해도 되는 줄 알았던 우리는 스펙으로 줄세우기를 당했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공부는 그 무엇도 보장해주지 못했으며 부모님 세대처럼 그냥 저축만 열심히 하면 집을 사고 차를 사고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허상은 깨진지 오래다.
욜로니 소확행이니 내 눈엔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 발버둥치거나 현실에서 작은 행복정도로 스스로를 달래려는 것으로 보인다.
세상은 이미 우리에게 충분히 각박하다. 그러니 나 자신만큼은 나에게 너그러워도 괜찮다.
난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 아주 끝내주게 맛있는걸 먹을거다. 그리고 영화 한편 때리고 자야지.
오늘 당신의 하루도 끝내주게 행복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