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련일기 #000
✣ 박연습
자신이 어딘가 중요한 부분이 고장 난 자전거처럼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그럭저럭 타고 다닐만한 자전거가 된 것 같습니다. 여전히 삐걱거리는 부분이 있지만 여기 조금, 저기 조금 고쳐가며 타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를 단련한다는 것은 ‘나’라는 자전거를 타고 내일 더 잘 달릴 수 있게 미리 기름칠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 황집중
별거하지 않아도 하루는 금방 가고 어느새 주말입니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모여 달리기를 합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넓은 하늘과 반짝이는 물결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달리고 나면 월요일이 다가오고 금세 지나가는 가버리는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조금 울적해집니다. 프리랜서 창작자로 지내면서 시간과 매일 고군분투하는 자신에게 정말로 바라는 게 뭔지 질문합니다. 나에게 단련이란 어쩌면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시작하는 하루를 만드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찍 자고 밤에 유튜브를 안 봐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네요. 매일의 단련으로 아침의 여유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일이 마흔을 몇 년 앞둔 나의 가장 큰 바람입니다.
✣ 정수련
30대가 되고 나서야 나는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친해졌습니다. 나의 취향, 나의 몸, 나의 속도가 이해되기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그제야 하나씩 발견하기 시작했고요. 좋아하는 것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꾸준히 하게 됩니다. 꾸준함이 모여 단단함을 만듭니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즐겁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질리지 않는 정도로 꾸준하게 해서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나에게 단련이란 그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