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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련일기 Aug 25. 2021

스쿼트 VS 힙힌지

#011 케틀벨 PT 8회차 후기

✣ 정수련의 단련일기

파워존 HJ의 풍경

근육 만들기에는 관심 없던 내가 근력운동을 위해 8번의 PT를 받으면서 스트롱 퍼스트라는 케틀벨을 이용한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요가나 달리기를 꾸준히 했던 것은 사실 워너비 몸매를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가끔씩 요가를 중단하면 뽈록 나오는 배가 신경 쓰인 적도 물론 있었지만, 나에게 운동이란 내 몸의 건강과 체력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근력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6년간 지독히도 여전한 골격근량을 발견해버렸기 때문이다. 재택 하면서 나름 요가를 열심히 했다고 느낀 올해엔 그래도 근육량이 늘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인바디를 측정해보았는데… 작년보다 심지어 골격근량이 0.5kg이 줄어들었다고 나왔다. 결과에 실망하며 2016년도부터 측정했던 인바디 결과지를 비교해가며 살펴보니 6년간 평균 17.7kg의 골격근량으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어떤 수치를 기대하면서 운동을 했던 건 아니지만 운동을 하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나의 운동 패턴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열심히 다니던 요가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새로운 운동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익숙하고 편안한, 그동안의 습관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 요가를 계속하는 것보다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운동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지금껏 한 번도 헬스장을 등록하지 않았던 이유는 근육을 만드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도 있었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막힌 공간에서 기계를 들며 씨름하는 것이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련일기] 6호에 글을 써주었던 정실버�가 PT를 받은 후 몸이 달라지는 것을 본 후에는 한 번쯤 PT를 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도 남녀 불문 울퉁불퉁한 몸을 자랑하는 사진으로 만든 전단지를 주는 헬스장에는 왜인지 관심이 생기지 않아 등록하지 않았다. 게다가 남자 트레이너에게 PT를 받으면 듣지 않아도 되는 쓸 데 없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집 앞으로 이사를 온 “파워존 HJ”라는 체육관은 관장님이 내 또래의 여자이고, 운동의 목표가 건강한 몸과 힘을 기르는 데 있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이곳은 내가 트위터 팔로잉을 하고 있어서 알고 있었던 곳인데, 생각해 보니 2년 전쯤 읽었던 『보통 여자 보통 운동』이라는 운동하는 여자 인터뷰집에서 보아서 팔로잉을 시작했던 것 같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관장님에게 반해 운동을 시작’했고, 관장님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믿음이 글에서도 느껴져서 관심이 갔다. 파워존 HJ에서 케틀벨 정규 수업을 들으려면 PT를 8회 이상 받은 후에 합류할 수 있다는 설명에 먼저 PT를 등록했다. 여기는 PT를 진행해 주시는 분도 여자 선생님이고, 기구도 얼마 없고, 심지어 거울도 없는 곳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다녔던 요가원도 거울이 있던 곳이 거의 없었다.) 

운동하러 간 첫날부터 마음에 들었던 문구

그 어떤 운동도 1:1로 단독 수업을 해 본 적이 없던 나는 첫 수업에서 ‘눈은 어디에 둬야 하나’, ‘한국인은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잘 못 본다더니 나도 정말 그렇구나’ 같이 운동과는 상관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첫날은 내 몸의 상태를 판단하고 앞으로의 운동 목표를 짜야 해서 가벼운 모빌리티(케틀벨 운동을 하기 위한 관절을 움직이는 운동) 관련 동작들을 주로 했다. 지금은 증상이 없더라도 혹시 예전에 다쳤던 적은 없는지, 몸에서 특히 약한 부분은 없는지 세세하게 물어봐 주셔서 나도 잊고 지냈던 발목뼈 깁스도 기억이 났다. 첫날의 운동 강도는 땀을 뻘뻘 흘려야 하는 아쉬탕가 요가보다는 강도가 낮은 편이라 운동이 되었나 싶기도 했는데, 몇 주 뒤 케틀벨을 처음으로 들고 스윙을 해본 날은 그 다음날 근육통이 바로 왔다. 
  

한 시간 정도의 운동시간은 초반에는 몸을 풀고, 케틀벨 겟업*과 스윙* 동작을 위한 모빌리티 동작들을 맨손으로 하다가, 회차가 진행되면서부터는 케틀벨을 사용하는 동작을 천천히 시작한다. 요가를 오래 하면서 사람의 몸이 정말 제각각 다르고, 오래 동작을 하다 보면 몸이 풀리는 속도도 모두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는 ‘골반'이 정말 천천히 변화하는 부위 중 하나였는데, 골반을 열거나, 파드마 아사나(연꽃자세)처럼 골반이 유연해야 하는 동작은 나에게 항상 어려웠다. PT를 받으면서도 역시나 골반을 이용해서 엉덩이를 뒤로 빼는 ‘힙힌지' 동작이 유난히 어려웠다. 골반뼈와 다리뼈가 맞물리는 부분이 너무 타이트해서인지, 보기에는 꽤나 간단해 보이는 동작인데도 ‘스쿼트처럼 엉덩이를 아래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뒤로 빼는 동작을 할 때면 통증이 느껴졌다. 스윙 동작은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케틀벨을 뒤로 이동시키고, 케틀벨의 무게로 반동을 주면서 몸을 바로 세워야 하는데 나의 엉덩이는 뒤로 가지 못하고 자꾸만 밑으로 내려갔다. 순간 느껴지는 통증을 피하려고 하다 보니 습관적으로 계속 스쿼트을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선생님의 반복적인 ‘스쿼트 → 힙힌지' 훈련이 시작되었다. 스윙을 한 번 하고 엉덩이가 자꾸만 내려가면 다시 벽으로 가서 엉덩이를 벽으로 닿는 동작을 했다가, 누워서 브리지 자세로 엉덩이를 드는 동작을 했다가, 다시 스윙을 하는 세트를 반복하였다. 호흡을 처음 배운 날엔 호흡과 엉덩이 뒤로 빼기, 팔 너무 높이 들지 않기, 몸을 바로 세우기까지 해야 하다 보니 몸이 삐거덕 거렸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이 잠시 쉴 수 있게 물을 먹고 오라고 하시기도 하고, 몸의 상태를 물어보며 통증의 강도가 어떤지를 체크해 주셔서 나 스스로도 조심조심하며 내 몸을 살펴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동작을 하면서 통증이 꽤 느껴졌던 골반도, 살살 운동을 계속해 주니 지금은 처음 자세를 잡으려고 엉덩이를 내릴 때만 살짝 아픈 정도이다.


8번의 PT를 마친 후, 바벨 리프트로는 24kg 케틀벨을 들어올리게 되었고, 겟업은 4kg 케틀벨로 한두 번 시도한 정도, 스윙은 8kg 케틀벨로 5번 혹은 10번 세트를 (여전히 중간엔 스쿼트로 내려갈 때도 있지만) 하게 되었다. 요가를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상체 힘도 좋은 편이고, 자세 잡는 것과 몸을 설명대로 움직이는 것을 잘 안다고 선생님이 폭풍 칭찬을 해주셔서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듯하다. (역시나 칭찬만한 당근이 없다.) 8번의 PT로는 아직 정규 수업을 따라갈 자신이 없어 한 달 정도 PT를 더 한 후 정규 수업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최근에 근육만드는 것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다 보니, 근육을 만들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먹고, 훨씬 더 많이 운동을 해야 근육이 생길까 말까 하다는 얘기를 듣고 올해 정말 근육이 늘어나기는 할까 의문이 생기기는 한다. 그래도 보이는 몸의 드라마틱한 결과를 위한 곳 이라기보다는 바른 자세, 바른 힘의 방향, 거기서 오는 힘의 강화를 위한 곳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숫자로 보이는 결과보다는 내가 나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 케틀벨 겟업 : 누워서 케틀벨을 들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동작, 처음에는 요가 블록같이 중량이 없는 도구로 시작하고, 차차 익숙해지면 케틀벨로 바꿔 점차적으로 중량을 올린다.

* 케틀벨 스윙 : 엉덩이의 전후 반동을 이용하여 케틀벨을 앞, 뒤로 움직이는 동작,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앉는 ‘힙힌지' 동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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