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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색 Jun 21. 2019

우리, 단순하게 살아요.

복잡한 것보단 단순한 게 나으니까.

출처 : unsplash / #clothes


나는 맥시멀리스트다. 물건에 있어서도, 생각에 있어서도. 갖고 싶은 건 소장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내 방은 발 딛을 틈이 없다. 물론 옷장과 행거는 이미 옷으로 가득 찼다. 퇴근 후 정리하기 귀찮아서 옷을 툭툭. 자주 입는 옷이니까 꺼내두고. 그렇게 밖에 내놓은 옷들이 쌓여 침대와 바닥에 한가득이다. 부모님 명의의 방을 이렇게 더럽게 쓰다니, 나는 등짝을 맞아도 할 말이 없다. 방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이게 사람이 머무는 공간인지 쓰레기장인지 분간이 안돼 청소를 결심했다.


출처 : unsplash / #clothes


음, 색이 미묘하게 달라. 워싱도 다르고. 어머, 이건 사야 해!

맥시멀리스트로 산다는 것. 원하던 물건을 들였을 때의 기쁨도 잠시. 설렘은 이내 퇴색되고 어지러운 방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옷과 문구류, 문구류와 신간 서적들, 전자기기와 제품 박스들까지. 이렇게 방이 꽉꽉 차 있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공허하다. 채우는 데 집착하는 이유가 꼭 내 자신이 부족하다는 방증같아서 마음이 이상해진다.


출처: unsplash / #garbabe


넘쳐나는 물건과 생각 그리고 메모들. 저장 강박이 내 삶의 여러 군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나는 맥시멀리스트의 삶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중요한 것을 골라내고 결정하는 일이 머리 아팠다. 일에 있어서도 경중을 판단하는 게 어려웠다. 보다 단순한 삶을 위해 나는 내 선택지 자체를 줄여 쉽고 가볍게 살고 싶었다. 선택지가 적어진다면 선택장애를 겪을 일도 줄어들테고, 최종적으로 적게 소유하는 삶이 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색보다 단색(單色). 넘쳐나는 선택지보다 이 정도면 넉넉한 3개 정도의 선택지.

수많은 광고들과 마케터들이 '필수템'을 외쳐도, 내게 필요하지 않다면 소유하지 않는 삶.

내 마음과 머릿속을 평온하게 유지해줄 단순한 라이프.


맥시멀리스트보다는 미니멀리스트가

복잡한 삶보다는 단순한 삶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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