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나의 가슴과 어깨, 등을 짓누르는 '브라'를 입고 있는 시간이다. 수면시간 8시간을 빼면 깨어있는 시간의 반 이상을 불편한 속옷과 함께 하는 것이다. 노와이어브라와 브라렛 많은 제품들을 시도해보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은 없었다. 잘못 디자인된 브라렛은 가슴이 삐져나왔고, 심리스 브라는 몇 번 착용했을 뿐인데 늘어날 정도로 내구성이 좋지 않았다. 매일 함께 할 동반자를 찾고 싶을 뿐인데, 어려웠다.
뭘 입어도 불편한데.. 차라리 니플 패치 붙이고 노브라로 다녀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상상에만 그쳤다. 니플 패치가 비칠 가능성, 패치를 뗄 때의 아픔, 추가 구매의 번거로움, 옷 핏과 사람들의 시선까지. 노브라의 산은 높았고 현재의 나는 그 정도로 개방적이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노브라를 고민할 게 아니라 속옷이 편안해지면 되잖아? 노브라만큼 편안한 브라를 만드는거야. 여성의 가슴과 어깨, 등을 하나도 압박하지 않는 그런 브라. 와이어와 후크, 어깨끈 조절고리와 까끌거리는 케어라벨까지 다 빼버린 브라. 그래야 여자들이 집에 도착하길 손꼽아 기다리며 속옷을 벗어던질 일이 사라지지. 귀가해서도 계속 입고 싶은 브라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었지만 안 입은 듯 편안한. 밝은 옷을 많이 입는 여름이니까, 색상은 베이지로. 아주 가끔, 과감한 시스루 웨어를 입을 상황을 대비해 시크한 블랙 색상까지.
내가 만약 그런 브라를 만든다면, 자유 브라라고 이름 지을래.
모든 불편함으로부터 해방돼 자유로운 일상을 선물하는 자유속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