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달의 시도에 대한 회고 그리고 백일장
올해 하이아웃풋클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나의 시도는?
이번 백일장에서 던져진 질문이다.
시도란, 무엇을 이루어 보려고 계획하거나 행동하는 것.
위 질문을 보고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거였다.
"난 여기서 뭘 이루고 싶었더라?"
어느새 열네 달 전의 이야기이다. 하이아웃풋클럽에 처음 지원서를 작성하던 때가 떠오른다.
성장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환경, 아웃풋을 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여기에 참여하면 나도 뭔가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듣던 인스타그램 라이브 무물에서 "가장 많이 성장하는 분은 오히려 방향성을 잡으려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피드백받고 실행하는 분들이다." 라는 말을 듣고 지원을 결심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꽤 큰 도전이었다. 백수였던 나에겐 참가비라는 허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내가 과연 여기서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마음 한편을 짓눌렀으니까.
하지만 그런 마음이 오히려 하이아웃풋클럽에 발을 디딘 이유가 됐다.
그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선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그 무렵의 나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막연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잡다한 것을 닥치는 대로 하고 있었다.
어디로 나아가는지, 얼마나 나아갔는지도 모른 채 할 수 있는 모든 걸 건드리고 다녔다.
그랬던 내가 하이아웃풋클럽에 지원서를 쓰며 기대했던 나의 모습은 단순했지만 명확했다.
“방향성을 잡으려 노력하고,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
시시각각 흔들리는 나를 받아들이고, 여러 시도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싶었다.
그렇게 하이아웃풋클럽은 내게 안전한 실험실 같은 공간이 됐다.
하이아웃풋클럽에 참여하며 내가 처음 꺼내든 도구는 그림이었다.
어릴 때 사랑해 마지않던 그림과 나름 자신 있던 글을 결합한 인스타툰을 시작했다.
이건 오래된 꿈이었다. 내가 가진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
그렇기에, 하이아웃풋클럽이라는 공간에서 한 첫 번째 시도는 그림이었다.
10년을 멈춰있던 나의 먼지 쌓인 연습장을 들춰내는 것. 쓸 일 없던 펜을 들고, 작은 화면에 그림을 그리는 것.
그렇게 시작한 인스타툰의 현재 팔로워 수는 400명도 채 되지 않지만, 1년 동안 꾸준히 그리고 있다.
그 1년은 나라는 사람을, 내 이야기를 탐구하는 동시에 꾸준함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림 실력을 늘리기 위해 공부도 하면서 내가 제법 그림을 사랑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스타툰의 소재 역시 매 순간 방향성을 잡으려 노력하는 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에, 인스타툰의 소재 자체가 나이기에 툰 소재를 고민하는 것은 곧 내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그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참, 그마저도 좋다 싶었다.
그림을 통한 또 다른 시도는 프로크리에이트 챌린지였다.
하이아웃풋클럽에는 챌린지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어찌 보면 시도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챌린지란 HOC 내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멤버들과 단기간 목표 설정을 통해 밀도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멤버가 자발적으로 호스트가 되어 사람들을 모으고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게 된다. 함께 생활 습관을 잡아가는 챌린지, 정보를 공유하는 챌린지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나는 내가 가진 지식을 나누는 강의 형태의 챌린지를 진행했다.
당시 인스타툰을 시작한 지 약 3개월쯤 되었을 무렵, 인스타툰을 그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프로그램인 '프로크리에이트'에 대해 한창 공부를 할 때였다. 나 역시 초보였기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동시에 '내가 한 걸음 먼저 겪은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아웃풋클럽에 있다면 하루가 멀다 하고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발사 후 조준'
고민하고 생각만 하느라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일단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것이 훨씬 더 얻을 것이 많다는 것. 생각이 많은 나에게는 참으로 어렵지만 그래도 이번엔 눈 딱 감고 질러야 할 때 같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일단 해보자. 그 마음으로 '일단' 챌린지를 열기로 했다.
간단한 커리큘럼을 짜고 상세페이지를 만들어 멤버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모객을 시작했다. 결과는 첫 챌린지부터 정원마감, 모객 대성공!
막상 챌린지를 열고 처음 진행을 앞두었을 때는 잘할 수 있을지 걱정에 불안했지만, 챌린지를 진행하며 나도 정말 많이 배웠다. 멤버들이 배움을 얻어가는 모습과 그림을 즐기는 과정을 지켜보며,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는 과정이 성장의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4회에 걸쳐 챌린지를 진행하며 커리큘럼을 계속 업데이트했고, 피드백을 반영하며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이게 되네?'로 바뀌었다.
결국, 내가 이 시도를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은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과 나눔에서 오는 뿌듯함이었다.
챌린지를 연 것이 아닌 참여한 것조차 시도가 되기도 한다. 모모님의 프로그램 빚기 챌린지에 참여했을 때였다. 이 챌린지의 목표는 각자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나 스스로 여행 계획을 짜는 걸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상품이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램 빚기 챌린지를 통해 타깃을 좁히고 니즈를 반영한 상세 페이지를 만들며 나의 소소한 재능을 서비스로 빚어내었다. 그리고 챌린지 참여자분이 알려주신 여행 맞춤 일정 서비스 전문 플랫폼에 상품을 등록하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서비스를 현재까지도 진행하고 있는데, 10개월 동안 30건 넘는 판매와 15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순수익만 100만 원 남짓이니 적어도 이 작은 재능은 나에게 용돈은 벌어다 준 셈이었다.
이따금 친구들이 '너 진짜 계획 잘 짠다! 계획표 팔아도 되겠어~'라고 했을 때 웃어 넘기기만 했는데, 딱 한 번 넘기지 않고 직접 팔아볼 시도를 한 것이 내 열 달의 커피값을 책임져주었다.
위에 적은 시도들 외에도 참 다채로운 일들을 했다. 하이아웃풋클럽 블로그에 내 닉네임을 검색해 보니 곳곳에 등장하는 게 나 제법 잘 지냈었구나 싶다. 아예 내가 연사자로 참여했던 하이아웃풋클럽 전단계 프로그램인 셀프디깅데이에 대한 대한 글도 있었는데 사라져서 아쉽다 (내가 썼던 후기라도 살짝). 생각해 보니 브런치 작가 신청도 하이아웃풋클럽 후기를 쓰겠다고 도전해 통과했고, 작년 연말에는 연말파티 기획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이아웃풋클럽 멤버분과 첫 콘텐츠 협업을 진행하며 릴스에 도전해보기도 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내 계정 팔로워가 절반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도, 해당 계정에서 다른 분들과 진행한 협업 릴스들 평균보다 5배 이상 좋은 인사이트를 뽑아내기도 했다.
또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멤버분들의 프로필을 크리스마스 버전으로 바꾸어드리겠노라 이벤트를 열었다가 하루 만에 거의 1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리는 화력을 경험하기도 했다. (신이나 이에 대한 후기를 브런치에 발행하기도 했다.) 사실 예전 나의 성격이었다면 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 '아이.. 너무 나대지 말자...' 하며 말았을 텐데, 하이아웃풋클럽은 나에게 단순히 시도할 공간만 준 게 아니구나 싶은 경험이었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실현할 용기를 주었다... 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하지만 이렇게 툭, 하고 싶은걸 말로 던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나에겐 지난 평생 해본 적 없는 큰 일이었고 큰 변화였다.
이렇듯 하이아웃풋클럽에서의 여러 경험들은 내게 단순한 성취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불안했던 마음은 실행력으로 바뀌었고, 완벽하지 않아도 시도했다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배웠다. 덩달아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일단 시도한 것들이 가져다준 결과가 쌓여가는 것이 눈에 보이니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완벽한 답을 찾았다곤 할 수 없다. 나는 여전히 매 순간 흔들리고, 헤매고, 이룬 것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임은 변하지 않더라.
하지만 이 커뮤니티에 들어오며 목표했던 '방향성을 잡으려 노력하고,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
이건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큰 한 걸음, 아니 몇 걸음은 걸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여태 꾸준히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지금까지 한 시도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인스타툰을 꾸준히 그리며 사람들과 더 활발히 소통하고, 프로크리에이트 챌린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외부 강의로 발전시키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고정수익을 얻기 위한 직장도 다니고 싶고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회사 밖 프리랜서 생활도 열심히 하고 싶다. 재미있는 것들도 하고 싶은데... 당장은 작년 크리스마스에 진행한 프로필 그려주기 이벤트처럼 연말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작은 프로젝트를 다시 시도해 볼 수도 있겠다. 사람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는 일은 어째도 항상 즐거운 일이니까.
돌아보니 지난 한 해는 제법 실험과 배움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싶다.
작년의 내가 그랬듯 내년 이맘때의 내가 무엇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머무르거나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해 나가길 바란다. 불안했던 시작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것처럼, 앞으로의 시도가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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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여기까지 읽고 '그래서 여기 대체 뭐 하는 곳이길래?'라는 궁금증이 든 당신.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 이 공간이 궁금하다면, 여기 하이아웃풋클럽 인스타그램을 참고해 보길 바란다.
무엇을 상상하든, 직접 확인해 보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