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상의 기록 May 08. 2024

아파트 담보대출의 딜레마

대출 갈아타기를 알아보다


얼마 전에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가 기존 2.8%에서 무려 5.3%로 이자가 2배 정도 오른다는 은행의 카톡 메시지를 받고 서둘러 대출 갈아타기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주거래 은행으로 갈아타면 3.96% 정도로 낮출 수가 있어 며칠째 이것 때문에 평소 꺼내보지도 않았던 집문서를 꺼내보고 난리가 아니었다. 

5년 전 서울에 있던 아파트를 팔고 다시 대출을 받아 산 현재의 아파트는 비록 서울은 아니지만 회사도 가깝고 아파트 바로 앞에 초등학교도 있어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에 평수마저 넓일수가 있어서 선택했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자기 집을 마련한다는데 있어 은행의 대출은 어쩔 수 없는 또, 피할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칠순 때까지 늘 남의 집 살이에 지긋지긋했던 나는 '내 소유의 집'을 빨리 마련하는 것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부터 가장 크고 시급한 과제였었다. 


특히 신림동에서 살던 지하방은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네 식구가 살던 집과 비슷한 구조였었고, 동생이 서울로 올라와 같이 살게 되어 이사한 집은 동생 둘이 살기에는 너무나 좋은 다세대 주택의 방 두 개짜리 2층에 살게 되었지만 신림동의 자취방에 대부분 그렇듯이 너무나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 평지로 이사 가는 게 그 당시 꿈이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너무나 인심 좋으신.. 월세마저 오랫동안 올리지 않은 주인집 할머니 덕분에 동생과 나는 각자 결혼해서 나가기 전까지 너무나 만족하며 살았던 좋았던 추억이 가득했던 곳이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내 집을 가지게 된 것은 결혼을 하면서 신혼집으로 구한 구로동의 작은 아파트였었다. 원래는 전세자급대출을 알아보려 했지만.. 전세자금대출을 받기에는 그때 당시 내 연봉이 그 기준을 약간 넘어 해당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 그때 대출을 상담해 주던 은행직원이 적극적으로 아파트담보대출을 알려주어 전세를 포기하고 아파트매매로 결심하게 되었는데.. 이때 만났던 은행직원분이 평생의 한번 만난다는 귀인이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만나서 너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데.. 그분의 이름이나 얼굴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파트 매매로 구하게 된 구일역 인근의 작은 아파트에서 신혼도 시작하고 몇 년 뒤 딸아이도 태어나게 되었다. 아주 작은 아파트였지만 평생소원만 같았던 '나의 집'을 마련했다는 사실에 늘 든든하고 만족해하며 살게 되었었다. 마흔이 넘어 이직을 결심하고 서울이 아닌 경기도로 회사를 옮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사도 준비하게 되었다. 서울에서는 작은 아파트였지면 조금만 보태면 경기도 용인에서는 30평대 아파트에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말도 자연스럽게 못하던 4살 딸아이는 현재 아파트 앞 초등학교에 다니는 2학년 어린이가 되었고, 우리 가족 모두 현재의 환경에 너무나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 모든 것은 사실 아파트 담보대출이라는 것이 아니면 이뤄지지 못했을 나의 오랜 꿈같은 것이었다. 이렇게 구체적인 꿈의 실현에는 비용이 부가된다. 늘 이자놀이하는 은행 놈들이라고 욕을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흙수저인 나에게 구체적인 꿈의 실현에 있어 비용적인  설루션을 제공해 주는 필요악 같은 존재랄까?  


이렇게 갑자기 높은 이자를 통보하는 아파트 담보대출 은행의 짧은 카톡메시지는 나를 며칠째 크게 뒤흔들어놓았지만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남의 집살이가 너무나 싫었던 나에게 '내 집'을 소유하게 만들어준 아파트 담보 대출은 높아지는 금리만 아니면 참으로 고마운 녀석임에는 틀림없다. 



단상의 기록 094 






작가의 이전글 선한 것이 강한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