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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Mar 20. 2024

매화와 함민복  

봄이 오나 보다

운동을 다녀오다 늦은 밤, 매화가 핀 걸 보았다. 

 매화의 꽃말은 '인내'라고 하던데.. 오늘 밤 운동을 다녀오다 매화가 핀 걸 보았다. 아직까지 꽃샘추위가 가시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걸 보니 보통 성격 급한 녀석이 아닌가 보다. 이런 성격 급한 꽃이 왜 꽃말이 '인내'인지 모르겠다만, 유독 길게 느껴진 겨울에 이렇게 매화가 먼저 나서서 봄을 재촉하는 걸 보니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기 중에 차가운 기운이 가시고, 햇볕마저 따뜻해져서 하루종일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어도 굳이 창문을 닫을 이유가 없는 그런 날씨.. 올해는 그런 날씨와 온도가 유독 기다려진다.
  

예전에 우리 팀에서 인턴 하던 친구의 인턴 마지막날  함민복 시인의 <봄꽃>이라는 시를 작별사 대신 카드에 적어서 준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그 시가 참 좋았던지.. 오랫동안 그 카드를 책상에 세워놓고 자주 본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몇 년이 지나 그 시가 실린 시집을 유학 가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시인을 물어보는 카톡을 보내왔을 정도였다.  


오늘 성격 급한 매화꽃을 보니 문득 그 시와 그때의 인턴 친구가 생각난다. 2017년 인턴으로 만났던 이 친구는 그 이후로도 가끔씩 카톡으로 안부를 전해왔다. 좋은 곳으로 취업이 되었다는 소식, 유학 가는 친구에서 시집을 선물하고 싶어 시집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  그리고 좋은 짝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 등 

자주는 아니지만 늘 본인의 삶에서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몇 개월 잠깐 인턴과 실장님으로 만났던 내게 잊지 않고 본인의 소식을 알려주는 이런 친구가 있어서 내가 그 친구의 인생에 이른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었다는 사실에 혼자서 뿌듯해하곤 한다. 


비단 이 친구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을 하며 만났던 많은 인턴 친구들과 팀원들, 그 당시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만났던 친구들, 광고주로 만났던 사람들까지 함께 고생했던 기억 때문인지 가끔씩 안부와 함께 기분 좋은 소식을 알려줄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이 이른바 <개새끼>로 남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봄꽃  함민복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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