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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Feb 27. 2024

배려의 교집합

가장 먼저 출근해서 하는 일들

퇴근으로 설정된 세콤을 출근으로 바꾸고 사원증을 태그 하는 게 첫 일  


1. 특별한 일이 없으면 회사에 가장 먼저 출근하려고 한다. 보통 집에서 7시에 나와 차를 몰고 회사에 도착하면 7시 반 정도가 되는데, 항상 6시에 나오시는 경비 아저씨를 제외하면 직원들 중에는 내가 가장 먼저 회사에 도착하는 편이다.  


퇴근으로 설정된 세콤 단말기를 출근으로 바꾸고 사원증을 태그 하고, 꺼져있는 조명을 켜고, 잔잔한 음악을 틀고, 사무실에 들어가 팀원들이 오기 전에 따뜻하게 혹은 시원하게 냉, 난방을 조절해 놓는다. 네스프레스 기기 안의 커피 캡슐을 버리고, 물을 다시 채워놓는다.  그다음은 어제 쓴 텀블러와 물통을 들고 1층 탕비실로 향한다. 탕비실 싱크대에는 직원들이 썼던 잔들이 몇 개 있는데, 그냥 내 컵을 씻을 때 같이 설거지 하는 편이다. (아직까지 내가 자기들 컵까지 설거지 하는 건 다들 모른다)


나는 사용하지 않는 1층 커피 머신의 필터 청소와 원두찌꺼기를 버리고 물까지 채워놓고, 정수기를 청소하고, 물티슈로 탕비실 테이블을 닦고, 내 텀블러와 물통을 사무실에 들어와 내 책상에 앉으면 평소 내 아침 루틴이 마무리된다. 그러면 비로서야 직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하는 시간이 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귀찮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각자가 서로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나는 너무 싫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내가 하는 편이다.  눈앞의 쓰레기 치우기, 생수통갈기, 비워있는 회의실 불 끄기, 원두 채워 넣기.. 내가 직급이 낮을 때는 당장 본인들이 할 수 있는데도 굳이 직급이 낮은 직원들한테 시키거나 혹은 누군가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눈앞의 작은 불편들을 방치하는 모습들이 좋지 않아 보였기에 그냥 나는 내가 해버리고 만다.


내가 먼저 이렇게 행동하면 사람들도 하나둘씩 변한다. 출근했을 때 깨끗하게 설거지 되어 있는 자기의 컵을 보았을 때, 나중에 설거지를 할 때 싱크대에 있는 다른 사람의 컵도 같이 씻어주고, 굳이 청소하는 업체분이 치우지 않더라도, 주변의 더러운 것들은 알아서 치우게 된다. 이런 행위를 나는 <배려의 교집합>이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굳이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공동체를 위해 배려의 범위를 넓여 나가는 것, 이러한 사람들의 교집합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불필요한 마찰을 마주하지 않게 된다.

'왜? 내가 다하지?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안 하는데?' 가끔씩 나도 사람인지라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혼자 먼저 다했을 때의 뿌듯함은 내가 가져가는 나만 아는 보상이라고 생각하기에 나이가 어느 정도 먹고나서부터는 그런 생각들은 자주 상기되지는 않는 편이다.  


이런 루틴들을 와이프에게 이야기하면 아마도 와이프는 한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집에서나 잘해"라고 하겠지? 역시 사람은 겉과 속이 일치해야 하는데... 나는 아직 멀었나 보다.


노마드 아이폰 15프로 케이스

2. 맥세이프를 지원하는 케이스 중에는 그다지 디자인적으로 맘에 드는 것이 없어 그냥 투명 케이스를 사용하곤 했는데.. 인스타에서 꽤 맘에 드는 아이폰 케이스를 발견했다. 미국 <NOMAD> 제품, 국내에는 로터프라는 회사에서 수입해서 파는 모양인데.. 저 옐로우와 블랙의 조합이 너무 내 스타일. 가격은 6만 4천원. '그래 허세 가득한 케이스티파이는 못 사지만 이 정도면 살 수 있잖아' 하고 주문해 버렸다. 좀 찾아보니 여기도 제대로 만드는 곳 같아서 기대가 된다.

노마드 디자인 소개 영상

  


NOMAD : https://nomadgoo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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