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건 나로구나
한 달 전, 꼭 보자고 약속했던 대학후배를 연남동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 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와본 연남동. 구석구석 많은 가게들이 바뀌었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그 시절 그대로, 변한 건 오직 나이만 먹은 나였다.
연남동을 자주 갔던 이유 중 하나는 그때 당시 친동생이 다니던 회사 위치 때문이었는데.. 일반 주택을 개조한 기타 회사에 다니던 동생의 회사 앞마당은 주말이면 맘 놓고 주차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차를 하고, 홍대나 합정의 카페에서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폭떡볶이, 일공육라면, 다락투 닭곰탕, 감나무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시 차를 몰고 성산대교를 건너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은 신혼 시절, 주말을 보내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연남동은 나에게 휴식과 여유, 대화의 공간이었다.
몇 년 만에 만나는 후배와 은퇴하신 교수님 이야기,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과후배들, 직장 속에서의 고충들과 함께 갑자기 노안이 와서 나이 먹은 게 실감 난다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각자 인생의 다음단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에 서로 공감을 하며 슬퍼지기도 했다.
사회에 진출하기 전 학생 때가 인생의 1단계라면 연남동에 자주 왔던 그 시절은 인생의 2단계의 딱 중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2단계의 끝자락에 있는 느낌이랄까? 그전까지는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하나씩 해볼까?"의 시기였다면 지금은 '내 손에 쥐어진 것을 얼마나 오래 쥐고 있을까?"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많은 시기인 것 같다. 삶의 2단계, 딱 절반의 시기에서 한참 자주 오던 연남동에 다시 방문해서 다음 단계의 고민을 나누게 되다니, 공간의 기억이 주는 오묘함은 참으로 신기하구나
단상의 기록 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