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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Feb 02. 2024

질주하는 새벽

밤과 아침 사이의 오묘한 시간

해가 떠오르기 전 어둠 사이 빛이 물드는 새벽의 오묘함


1. 아부지를 모시고 아침 일찍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새벽같이 차를 가지고 나왔다. 보통 해가 뜨기 한 시간 전에 나오게 되는데 이때의 시간을 난 참 좋아한다. 어둠 속에서 멀리 해가 뜨고 빛에 물드는 한 10분 남짓의 시간. 세상이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라고 할까? 특히 새벽의 고속도로를 질주하게 되면 지평선까지는 아니지만 아주 멀리 도로의 끝이 보이게 되는데 그때 새벽의 오묘한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는 그 느낌을 참 좋아했는데.. 딱 오늘이 그날이었다.


2.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아부지가 주섬주섬 지갑에서 10만원을 꺼내시더니 "너 조금 있으면 생일이잖아.. 맛있는 거 사 먹어"라고 건네주셨다. 생각해 보니 아부지한테 생전 처음 받은 생일 용돈.. 어릴 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기에 우리 집은 용돈이라는 개념자체가 없었다. 용돈이라는 건 엄마한테 조르고 졸라서 어렵게 받아내는 작은 돈. 친척 어른이나 부모님 친구분들이 가끔씩 부모님의 만류에도 어렵게 건네주시는 돈이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아부지와 어무니는 그때 우리에게 많은 걸 못해줘서 아직도 미안해하시곤 한다. 평소 같았으면 에이 넣어두세요... 하고 안 받았을 텐데.. 아부지의 마음속 부채를 조금이라도 지우기 위해서 넙죽 받았다.

(아빠 이 돈은 내가 혼자 잘 쓸게 ㅋㅋ 가족 외식으로 안쓸꺼야)


3. 커피를 마실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아주 나쁜 버릇이 있는데 커피를 마시지 않고 오랫동안 입에 머금고 있는 것이다. 커피를 입에 머금고 있으면 커피의 향이 기도를 지나 코 안 쪽으로 넘어오는데 숨을 쉴 때마다 커피의 향을 느끼게 되어서 나도 모르게 오랫동안 머금고 있게 된다. (심할 때는 10분까지도..)

알아보니 물이 아닌 음료나 커피를 입에 오랫동안 머금고 있는 건 치아건강에 아주 나쁜 습관이라고 하던데.. 이 무의식적인 나쁜 습관을 어찌해야 고치나 싶다.


4. 오전 아부지 병원일을 보고 회사로 복귀하면서 오랜만에 너바나 MTV 언플러그드 앨범을 들었다. 나의 이십 대를 꽉 채웠던 커트코베인.. 이 형아는 언제 봐도 멋있단 말이야..

Nirvana - The Man Who Sold The World (MTV Unplug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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