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방문한 방산시장
회사 볼일 때문에 오랜만에 잠깐 들른 방산시장. 나에게 방산시장은 일종의 테마파크 같은 곳이다. 수많은 인쇄, 패키지, 프린팅, 재단 가게들과 골목 구석구석 오래된 노포 식당들.. 방산시장을 포함하여 을지로 일대의 인쇄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비릿한 종이 재단 냄새가 나는데.. 이런 냄새를 맡으면 98년도 imf때 디자인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절이 생각난다.
신기한 건 26년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산시장은 그때와 비교하면 거의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그때의 건물 그대로, 그때의 식당이나 크고 작은 인쇄, 패키지 가게들.. 다만 달라졌다고 하면 중간중간 그때는 없었던 커피전문점들이 구석구석 생긴 것 말고는 그대로인 방산시장은 그때도 그랬지만 구석구석 구경을 하다 보면 어찌나 재미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제품이 고객에게 제대로 잘 전달되기 위해 제작된 다양한 각종 포장물들을 보면 우리나라 산업의 한 면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현대화, 유통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이렇게 오래된 시장을 획일적으로 갈아엎듯이 개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정체된 것이 아니라, 이미 지켜야 할 문화적 유산이 된 것이라 생각을 한다. 개발의 논리로 더 많은 자본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사라진 수많은 기억 속의 공간들.. 결과론적으로 그 가치가 누구의 호주머니만을 채웠는지 우리는 경험적으로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단상의 기록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