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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Mar 11. 2024

고통과 행복의 킥복싱

나의 고통스러운 즐거움

매주 월, 수, 목 다니는 킥복싱 체육관

2022년 10월 불현듯 운동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킥복싱 체육관을 등록하고 1년 하고도 5개월 동안 주 3회 꾸준히 다녔다. 그전까지는 밥 먹고 동네 호수공원을 5km 정도를 매일 같이 걷고 들어오는 패턴이었는데 겨울이 다가오자 추위와 상관없이 꾸준히 다닐 수 있는 실내 운동을 찾다가 지금 다니고 있는 킥복싱 체육관을 찾게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1년 이상 다니게 될지 몰랐는데..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아주 고통스럽고 즐거운 루틴이 되어 버렸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운동을 한참 하는 순간이 아닌, 저녁을 챙겨 먹고 집밖으로 나가기로 마음먹는 순간이다.  옷을 챙겨 입고 가방을 챙기고, 신발을 신는 것까지가 이미 운동의 반을 한 거나 다름없다. 

10분 남짓을 걸어서 가면 도착하는 체육관은 성인반이긴 해도 사실 초등학생부터 중딩, 고딩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20명 남짓 모여 1시간 동안 운동을 한다. 


킥복싱이 메인이긴 하지만 내가 이 체육관을 1년 이상 다닌 이유는 매일매일 바뀌는 크로스핏 운동 때문이다. 킥복싱은 30분 정도, 나머지 시간은 로프, 런지, 스쿼트, 트러스터, 버피등 땀이 흠뻑 빠지는 온몸 운동을 한다. 처음에는 안 쓰던 근육까지 쓸려니 하루하루 운동을 다녀오면 며칠 동안 후유증이 많이 남았지만 이제는 적응을 해서인지 아무리 힘들게 근력 운동을 해도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또 가끔씩 손이 저리거나, 몸이 뻐근한 증상들도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안 먹으면 무기력해지는 홍삼의 힘도 이제는 빌리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고통스럽지만 장점이 더 많다는 걸 더 일찍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가끔 후회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늦었지만 꾸준히 하는 것도 대단한 거야라고 하며 스스로를 칭찬한다.


 주 3회의 킥복싱과 주 1회의 등산이 나의 삶을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반바지를 입고 나가도 춥지 않은 온도가 되면 러닝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 이러한 몸뚱이를 괴롭히는 새로운 도전이 주는 즐거움과 보람은 예전에는 몰랐던 것이었다. 마흔 중반이 넘어서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아저씨에겐 이러한 작은 고통의 루틴 또한 즐거움으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언젠가 해결할 수 없는 큰 고통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준비해야지. 그런 다짐을 가지고 다음 주엔 꼭 러닝화를 사러 가리라.  



단상의 기록 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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