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상의 기록 Apr 03. 2024

어? 산수유꽃이었구나!

겨울을 이겨낸 반가운 봄꽃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매주 산에 오르다 보니 주말마다 하나씩 하나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새싹과 꽃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야~ 너는 언제 나왔니?', '추운 겨울 고생 많았다'  남들이 보면 조금 이상한 아저씨로 보이겠지만 요즘 망울을 터뜨리는 봄꽃 앞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게 된다.


저녁거리를 사러 와이프 심부름을 나가던 중 아파트 놀이터 한구석에 노랗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녀석을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산수유꽃이었다. 겨울에는 어떤 나무인지도 몰랐는데 봄이 다가오자 있는 힘껏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자신이 산수유나무임을 놀이터 구석에서 알리고 있었다. '어? 너 산수유꽃이었구나!" 마치 김춘수의 <꽃>처럼 나도 모르게 산수유에게 이름을 부르며 아는 체를 한다. 그제야 아파트 놀이터의 이름 모를 나무에서 비로소 산수유나무가 된다. 

매화와 목련, 진달래와 산수유, 개나리와 벚꽃까지 따뜻한 봄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리는 봄꽃들을 보면 자신의 때를 알고 묵묵히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이 언제인지 모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내 하며 단단함을 다지는 시간을 견디지 않으면 꽃망울처럼 터트릴 자신의 시간은 결국 오지도 못하고 타인에 의해 살아가는 인생이 된다. 


마흔 중반을 넘어가며 겨울의 차가운 바람에도 버틸 수 있는 단단함을 다지는 시간이 모든 일상 속의 루틴이 되도록 노력하려 한다. 가족과 경제, 지위, 명예.. 손에 쥐어진 모든 것들이 언제 연기처럼 사라질지도 모르는 시기. 이루고, 가진 것이 예전보다는 많아졌지만 불안감은 늘 마음속 한구석에 겨울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겨울을 이겨내고 꽃망울을 터뜨린 봄꽃들을 보면 나의 마음을 혹여 이해해 줄까 그렇게 말이 걸고 싶었나 보다. 



단상의 기록 065

작가의 이전글 아빠, 엄마한테 당도 최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