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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Apr 14. 2024

새싹은 팝콘처럼

가성비 높은 즐거움, 봄 등산

일주일새 새싹이 마구 터져 나오는 4월의 산

아침 6시 30분 산에 오를 채비를 하고 서둘러 집에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6시 반이 되어도 아직 통이 트는 새벽의 느낌이 많았는데.. 요즘은 햇볕 쨍쨍한 맑은 아침의 느낌이 더 많다. 겨울산행보다도 봄이나 여름 산행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가볍게 챙겨 나가도 되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작은 등산용 힙색을 사서 물병 하나, 스틱하나, 초코바, 이어폰 정도만 챙겨서 나와도 되기 때문에 산에 오르는 데 있어 겨울만큼 부산 떨지 안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욱 매주 주말마다 오르는 등산이 더욱 즐거워졌다.

지난주만 해도 아직 나뭇가지에 싹이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 올라가 보니 제법 햇빛을 가려줄 정도로 새싹들이 마구 터져 나왔다. 겨울 동안 얼마나 에너지를 가득 모았길래 이렇게 힘차게 마구 터져 나오는지... 흡사 팝콘을 튀기는 것처럼 에너지가 폭발하여 일주일새 산이 푸릇함으로 뒤덮였다.

산에 오르기 시작한 게 작년 7월부터였으니까 이렇게 새싹이 마구 터져 나오는 4월의 산행은 실제적으로는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 제각각의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풀과 나무, 꽃들을 보면 예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들풀과 들꽃들이 이름이 무얼까 자꾸만 궁금해진다. 또 다음 주면 더욱 훌쩍 자라 있겠지?


내가 관심을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 것처럼 늘 한자리에서 각자의 시간을 기다리며 때가 되자 이렇게 매해 온 힘을 다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풀과 꽃들을 보면 내가 예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보이지 않았던 세계가 나이가 들수록 하나둘씩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들곤 한다.


나를 채우는 것들이 하나둘씩 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계절의 변화와 작은 들꽃의 싹 틔움이 매주 산을 오르는 기쁨으로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부끄럽고 단순한 1차원적 욕구만 가득했던 시절을 지나 요즘은 아주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작은 것들에서 전에는 몰랐던 즐거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게 나이를 먹어가는 건가? 아님 나만 그런 건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매우 가성비 있는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이러면서 자꾸 비싼 등산 장비만 보면 관심을 가져지는 걸 보니... 역시 나란 인간은 이중적인 40대 아저씨일 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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