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과제, 달리기

달리기 자체보다는 달리겠다는 결심

by 단상의 기록

달리기는 늘 나에게 미완의 과제와 같다.
주말 아침, 쇼파에 파묻힌 몸에 에스프레소 한 잔을 끼얹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어폰과 스마트워치, 생수병 하나를 챙겨 달리기의 성지라 불리는 광교 호수공원으로 향한다.

가볍게 몸을 풀고, 복장부터 러너임을 선언하는 수많은 션과 기안84들 사이로 천천히 속도를 올리며 달리기 시작한다. 숨이 차오르고 발이 무거워진다. 점점 느려지는 스마트워치의 페이스 기록을 보며, 나 혼자 중얼거리듯 말한다. “오늘도 망했네.”


3킬로 남짓 달린 후, 막판 300미터를 전속력으로 내달리면 땀이 흠뻑 흐른다. 마치 남들 한 시간은 달린 듯한 모습에 “그래, 이 정도면 됐지.” 하며 가져온 생수를 단번에 들이키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달리기 인류』를 읽으며 다시 한번 “나는 왜 달리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다이어트나 건강, 올바른 생활습관 같은 뻔한 대답보다, 짧은 거리와 느린 속도일지라도 달리기 자체를 결심하는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으름의 루틴에서 벗어나, 나만의 한계를 경험하며 고통에 집중하는 순간과 그걸 마무리할 때 얻어지는 작은 성취감이 주말의 휴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달리기라는 미완의 과제를 하나씩 풀 때마다 스스로에게 주어지는 휴식과 간식은 일종의 보상과도 같았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지는 이 패턴들은,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보다 나를 조금은 더 체계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달리기는 앞으로도 나에게 늘 미완의 과제로 남을 것이다. 나의 한계와 부족함을 느끼며, 그 속에서 가끔씩 주워지는 작은 보상들을 삶의 부스터로 삼을 계획이다. 달리기는 미완인 나를 완성이라는 결과물에 아주 느린 속도로 이끌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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