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의 공간이였던 곳
몇개월에 한번씩 여러가지 일을 보러 가족 모두 주말 서울나들이를 간다. 그럴 때마다 아이를 낳기 전 자주 다니던 길거리와 맛집들을 들리곤 한다. 노안 때문에 안경을 다시 맞추러 몇년만에 방문한 홍대 컬러스 안경의 내 또래 사장이 반갑게 맞이해주며 시력검사를 해보더니 난시가 생겼다며 기능성 안경렌즈를 추천해줬다. 운동때는 쓸 막안경까지 2개를 맞추고 일주일 후 다시 찾으러 오기로 했다.
어릴적 한참 다니던 홍대 뒷골목들 여기저기 텅빈 1층 상가에 붙어있던 임대라는 문구에 혹시나 싶어 우리 영혼의 닭곰탕집 다락투를 가보니 여전히 영업중이라 안도의 한숨을 쉬고 이번에는 더 가고 싶었던 을지로 동경우동으로 향했다. 이제는 한그릇 뚝딱하는 딸아이까지 우동 세그릇에 유부초밥까지 먹고 바로 옆 핫플레이스가 된 올디스타코를 구경만 한다.
7시 반, 아직 돌아가기엔 이른 시간, 마지막으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각자 가지고 싶은 잡스러운 것들을 하나씩 고르고 밤 늦게 용인 집으로 돌아온다. 서울이 고향인 와이프는 늘 입버릇처럼 서울을 그리워한다. 언젠가 다시 서울가서 살고 싶다는 와이프에게 나는 꼭 그러자라는 빈말조차 하지 않는다. 어느샌가 서울은 가끔씩 일보러 가는 타인들의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때 젋은 사람들로 생기로 가득 찼던 홍대의 텅빈 상가들과 무언가 화로 가득찬 늙어버린 광화문의 태극기 집회..이제는 채워져야 할 곳이 비워지고, 비워져야 할 곳이 채워져있는 서울이라는 곳은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 아닌 기억의 공간으로만 남겨지게 되었다.
단상의 기록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