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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Feb 07. 2024

이천이라는 동네

 내가 나고 자란 곳

회사 공장이 위치한 이천은 내가 나고 자란 곳이다.


1. 회사 공장이 이천에 위치해 있어서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볼일이 있어 이천에 가게 된다. 그때면 가끔씩 지나치는 내가 다녔던 중학교와 고등학교들. 어릴 때 나는 왜 그렇게 이천이라는 곳을 벗어나고 싶었을까?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 이천이라는 곳은 전형적인 경기도 외곽의 작은 도시였다.


용돈이 모이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를 타고 동대문 시장에 가서 나이키 짝퉁 신발을 사서 학교에 신고 가서 자랑하는 것이 그때 당시 이천 아이들의 쇼핑이라는 것이었고, 이른바 중앙통이라는 곳에서 갈 곳이 없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논다는 것의 대부분이었던 그 시절. 나는 이천이라는 곳이 참 작고 답답했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나는 이천에는 멀리 벗어나서 가끔씩만 올 거야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지금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정말 가끔씩 오게 된다. 그때마다 차로 지나치며 멀리 보이는 어릴 때 자주 다녔던 길을 보게 되면 머릿속 지워졌다고 생각했던 어릴 때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르게 된다. 아이들에게 고인 물이 튀건 말건 상관없이 골목길을 내 달리던 덤프트럭들. 집에 가기 위해 항상 들리던 낡디 낡은 버스터미널에서 한 시간 한대 있는 버스를 기다리던 고등학생 때의 기억,  한 시간 남짓 집에 가는 버스를 타며 들었던 CD플레이어의 음악들.  식당 장사가 잘 되지 않아 한숨 쉬던 엄마의 얼굴.. 말도 안 통했던 아버지와의 갈등..  안 되는 것 투성이었던 곳, 이천만 벗어나면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 기대했던 철부지 같던 생각들.. 뭐 하나 특별할 것 없었던 이천에서의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인지 이천이라는 곳을 지나게 되면 아주 씁쓸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한 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2. 그 시절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정말 자주 들었던 015B 4집 앨범.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015B -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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