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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Mar 01. 2024

바보의 기간

짧은 앞머리의 비극

앞머리를 짧게 자르면 일주일 정도 바보의 기간을 가진다.

한 달에 한 번씩 단골 샵에서 머리를 자른다. 원래는 집 앞에 있는 미용실을 다니다가 담당 디자이너가 갑자기 미용실을 옮기는 바람에 쌤 따라서 차로 20분 거리에 가서 자르고 오게 되었다. 가끔씩 앞머리를 길게 자르고 오면 와이프가 미용실 다녀온 티가 안 난다고 뭐라 하길래, 이번에는 아예 앞머리를 더 잘라달라고 했더니 거울 앞에 바보 한분이 앉아있었다. 나는 머리가 짧으면 사람이 어딘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데.. 그게 와이프한테는 맘에 드는 모양이다. (그래 와이프 맘에 들면 바보가 된들 어떠하랴...) 당분간 많이 부족해 보여도 어쩔 수 없다. 약 2주간의 바보 기간이 지나면 그래도 정상인의 모습으로 돌아오리라.


어릴 때 가끔씩 머리를 짧게 자르고 싶은 충동이 들어서 짧게 자르면 결국 바보 같은 모습에 항상 후회하곤 했었다. (여자들의 단발머리병이랑 비슷한...) 그래도 그때는 짧은 머리에 후회할지언정  흰머리는 없었는데 요즘은 여기저기 흰머리가 한 해가 다르게 많아지고 있어 청춘이라는 단어가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특히 작년과 다르게 가까이 있는 것이 잘 안 보이는 이른바 <노안>이 체감되고 나서부터는 '젊다'라는 표현이 육체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것이라고 믿었던 단단한 신념이 여기저기 작은 균열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젊다, 혹은 나는 늙었다고 자기 주문처럼 고집하는 것보다는 그냥 세월의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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