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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Mar 22. 2024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

나의 강아지 잭

2018년 11월 14살의 나이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던 나의 잭


요즘 딸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매일 같이 우리 집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르는 중이다. 하지만 와이프와 나는 단호하게 우리 집에서는 절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딸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고양이, 강아지 모두 좋아하지만 와이프와 나는 한때 오랫동안 길렀던 강아지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나서 이제 우리 인생의 반려동물은 절대 없다고 약속을 했었기 때문이다.


신림동에서 동생과 함께 자취하던 2007년 1월 1일은 유기견이었던 잭을 입양한 날짜이다. 커뮤니티에서 유기견 입양글을 보고 그때 당시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던 동생이 부평까지 가서 푸들과 요크셔테리아 믹스견이었던 잭을 데리고 왔었다. 오자마자 화장실을 한 번에 가리는 걸 보고 여간 똑똑한 놈이 아니구나라는 감탄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잭이라는 이름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 캐러비안의 해적의 <잭 스페로우> 선장,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의 펌킨킹 <잭 스켈링턴>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너무 흔한 영어이름으로 괜히 잭이라고 지었나 지금 와서 가끔 후회가 되곤 한다. 잭이라는 이름이 여기저기에서 들리게 될 때, 자꾸 우리 강아지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입양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때 잭
주인의 장난도 잘 받아주었던 잭

여느 강아지와 달리 유독 순하고 똑똑했던 잭, 그렇게 좋아하는 산책도 많이 못 시켜주었지만 늦은 밤까지 주인 기다리느라 현관문 앞에 늘 지키고 있었던 착한 강아지. 잭은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아 나이가 들자 심장약을 항상 먹어야 했고 뒷다리 연골마저 약해져 보조기구를 차고 있어야 했다. 한 달에 병원비와 약값으로 얼마나 들어갔었는지.. 이기적인 마음에 '이놈의 개새끼' 하며 잭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미안함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고나서부터 잭의 상태는 더욱 안 좋아지게 되었다. 아이를 질투하기보다는 그냥 자신이라는 존재를 이 작은 집에서 작고 작게 만들어 구석에 숨겨 놓는달까? 모든 집안의 물건은 아이의 걸음마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치워야 했고, 잭 또한 스스로 아이에게 방해되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

나이가 13살이 되자 잭은 귀가 들리지도 않고 한쪽 눈마저 보이지 않게 되었다. 퇴근해서 돌아오면 신나게 반기던 모습은 점점 볼 수 없게 되었고, 잭은 소파옆 자기만의 방석 위에서 항상 웅크리고 잠만 자고 있었다.


2018년 11월.. 잭이 어디가 아파서인지 하루 종일 낑낑대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서둘러 자주 다니던 동네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자 원장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제 잭 보내주시죠.."


아무 대답도 못하고 원장님 앞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잭을 이제 떠나보내야 함을 예감했던 와이프는 차마 병원까지 함께 오지는 못했었다.  병원문이 이미 닫았어야 할 늦은 밤, 원장님은 감정을 주체 못 했던 나에게 잭과 헤어질 충분한 시간을 주셨다. 1시간 남짓 무거운 숨을 힘겹게 쉬는 잭을 연신 쓰다듬고 안아주면서 그동안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잭에게 이야기했다.


"네 이제 보낼게요"


10분 남짓 동안, 적막하기만 했던 동물병원... 원장 선생님도 선뜻 주사기에 손을 대지 못하다가 한숨을 크게 쉬며 "못할 짓이네요" 라며 어렵게 주사기를 잭에게 향했다. 그러고 조용히, 편안하게 잭은 그렇게 우리를 훌쩍 떠나게 되었다.    

잭을 떠나보니기전 마지막 모습


2007년 1월 1일 만나 2018년 11월 22일까지 잭과 함께 했던 수많은 시간과 공간의 기억들.. 행복한 시간이었음은 분명했으나 잭은 우리에게 마지막 강아지가 되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사람보다 수명이 훨씬 짧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언젠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마주할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또 이 상황은 한 번으로 충분했기에 우리 생애 반려동물은 잭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딸아이의 간곡한 바람도 아쉽지만 들어줄 수 없는 엄마 아빠만의 사정이 있음을 언젠가 딸아이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나의 유일한 강아지, 나의 잭

단상의 기록 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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