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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Mar 21. 2024

106km의 파김치

엄마의 필살기

우주최강 우리 엄마의 파김치


"시간 되면 집에 들러서 파김치 가져가"  지난 금요일 본가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월요일, 엄마한테 파김치 가져가라는 전화가 왔다.  아마도 다른 반찬이었다면 굳이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본가를 다시 가지 않았을 것이지만. 우리 엄마의 파김치는 우주 최강이기 때문에 나는 왕복 106km를 달려 파김치를 받으러 가야 했다.

엄마 파김치의 비법은 복숭아 진액으로 내가 나눠준 회사 사람들은 그 오묘한 맛을 잊지 못해 가끔씩 나의 안부보다는 파김치의 안부를 물어올 정도로 마니아들이 많다.

엄마의 파김치를 받아온 날에는 반드시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오늘은 수육을 먹고 싶어 하는 딸아이의 오더로 집에 가는 길에 수육용 돼지 목살을 800g 사서 갔다. 운동 가기 전 서둘러 고기를 삶고, 파김치를 김치통에 옮겨 담았다. 압력솥에서 40분의 시간이 지나자 뜨거운 수육을 먹기 좋게 자르고 파김치를 돌돌 말아 한입 먹으면 속으로  "역시 엄마 파김치는...!"라는 감탄이 나오게 된다.


오랫동안 식당을 업으로 살았기에 엄마의 음식솜씨는 모든 지인과 친척들이 부러워했다. 하지만 엄마의 음식에 유일하게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은 평생 엄마 음식을 먹어온 아빠와 아들들이라 어릴 때는 엄마의 음식이 맛있는 지도 모르고 큰아들(아빠)과 두 아들들은 복에 겨워 반찬투정을 자주 했었다.


본격적으로 집에서 독립하면서부터 학생식당과 군대짬밥, 구내식당과 자취방 혼밥까지 엄마가 더 이상 차려주지 않는 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나서부터는 가끔씩 먹는 엄마의 집밥은 그야말로 영혼을 달래주는 특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엄마 이거 먹고 싶어"라고 하면 뚝딱 만들어지는 엄마의 음식은 외지 나가서 사는 두 아들들에게는 가장 큰 향수가 되었다.


언제까지 엄마의 파김치를 먹을 수 있을까?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하시느라 고질적인 무릎과 허리 병을 안고 사시는 엄마는 늘 은퇴자금을 모아놓으면 식당을 그만두겠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신다. 올해 칠순잔치를 치른 엄마의 은퇴는 아직도 멀어 보이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때가 되면 아들들이 좋아하는 파김치를 지금처럼 먹을 수 있을까? 엄마가 챙겨줄 때 열심히 먹어놔야겠다.



단상의 기록 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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