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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Mar 07. 2024

10년 전 아이팟 나노를 다시 쓰다.

불편함이 주는 작은 즐거움

10년 전에 잘 쓰던 나의 아이팟 나노

책상 서랍이 10년간 잠들어있던 아이팟 나노를 다시 꺼내서 충전 케이블을 찾아 충전을 하고 전원을 켜니

그때 당시 자주 들었던 음악이 그대로 있었다. 심지어 몇 년 전 나의 사소한 실수로 날려먹은 몇백 곡의 mp3 음악까지도...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들었던 음악은 아이팟 나노 속에 그대로 있었다. 

이디오테입, 조정치, 김광석 트리뷰트 앨범, 루시드폴, 브로콜리 너마저, MIKA... 등등 밤새 야근을 하고 밤늦게 집에 가던 길에 함께 했던 음악들, 7호선 대림역에서 강남구청역까지 오며 가며 들었던 음악들 유선 이어폰을 찾아 연결하고 다시 들어보니 그때 생각이 물씬 났다.  


더 찾아보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노래도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내가 참 좋아했던 신해철이 프로듀서를 맡았던 박노해 시인 "노동의 새벽" 20주년 헌정앨범 속에 싸이가 함께 했던 <하늘>이라는 곡. 오랜만에 들어보니 역시나 좋다. 박노해의 시에 곡을 붙인 음악인데.. 유튜브에서 찾아서 여기에도 올려본다. 

10년 만에 발굴한 아이팟 나노를 다시 서랍 속에 집어넣기엔 좀 그래서 요즘에는 운동하러 가는 길에 아이폰대신 음악을 듣는 용도로 쓰고 있다.  음악을 들을 때, 주머니 속에서 꼬여버린 이어폰 줄을 다시 푸는 것이 여간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하나씩 하나씩 그때 당시 음악을 골라서 다시 들어보는 게 짧은 시간의 즐거움이 되었다. 지금은 해지한 멜론에는 요긴한 기능이 있었는데, 연도별, 월별로 내가 자주 들었던 음악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멜론 런칭때부터 이용했었기에 그동안 무수히 많은 연도별 음악들을 가끔씩 다시 찾아 듣는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멜론은 해지하고, 애플뮤직만 사용하고 있어 아쉽게도 그러한 나의 음악감상 기록들은 모두 다 사라진 상태. 지금 쓰는 애플 뮤직은 그런 기능은 없는 것 같고... (연초, 연말정산처럼 음악 청취 기록을 요약해 주는 그런 거 말고..) 

그래서 이렇게 CD도 사지 않고, 또 CD리핑해서 MP3로 정성스럽게 태그정리하고 앨범아트까지 찾아서 체계적으로 정리하지도 않으니, 지금처럼 나의 취향을 분석해 추천해 주는 음악을 듣는 패턴은 너무나 즉흥적이고, 휘발적인 행위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약간은 씁쓸함도 느껴진다. 



단상의 기록 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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